세월호가 인양되고 선체 수색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검은 바다 속으로 사라진 지 3년 만입니다. 하지만 유가족과 국민의 상처는 아직 씻기지 않았습니다. 9명의 미수습자가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하고 추모곡 ‘그리움 만진다’를 작곡하기 시작한 음악프로듀서 김형석도 지난 3여 년 동안 노래를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키위미디어그룹 사옥에서 만난 그는 “분명 할 얘기는 많은데, 도저히 가사가 안 써지더라”며 “세월호가 인양되고 나니 비로소 생각이 정리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리움 만진다’는 꽃이 된 아이들을 그리는 추모곡입니다. 잔잔한 바다를 연상케 하는 피아노 반주에 독백하는 듯한 가수 나윤권의 절제된 창법, 간주에 이어지는 첼로 연주가 아련한 슬픔을 선사합니다. 트렌디한 멜로디보다는 “슬픈 감정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한, 음악의 본질에 집중한 정통 발라드입니다.
김형석은 “‘왜 아이들을 안 구했느냐’가 끝까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내 아이라면’이라는 역지사지가 없었던 상황이 답답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노래로 표현된 겁니다. 그는 “이제 세월호 얘기는 그만 좀 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독설도 일종의 상처로 보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움 만진다’는 모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곡입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출연해 화제가 됐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 문 후보는 “내 딸의 이름과 똑같은 아이가 둘이나 그 배에 타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다른 사람의 아이가 아니고 내 아이들의 죽음같이 느껴진 비극이었다”며 편지 형식의 내래이션을 펼칩니다. 이 편지는 문 후보와 안도현 시인이 함께 쓴 것입니다.
문 후보의 참여는 김형석이 직접 전화해 부탁하면서 성사됐습니다. 문 후보는 대선을 앞둔 시기라 “순수한 마음이 오해 받을까봐” 출연을 망설였다고 합니다. 그는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진심이 중요하다”는 김형석의 설득에 결국 마음을 돌렸습니다.
‘그리움 만진다’로 생기는 모든 수익은 4.16 가족협의회를 통해 전액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애초 음원을 무료 배포할 계획이었으나 유가족과 통화해 취지를 전하고 수익을 전액 기부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김형석은 “요즘 무료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 수익을 기대하진 않는다”며 “수익이 얼마 안 돼 나누면서도 민망할 것 같긴 한데, 의도가 왜곡되거나 곡해되지 않도록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음악가로도 유명한 김형석은 세월호 참사 외에도 평소 정치나 사회 문제에 꾸준히 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거침없는 행보의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제 아이가 6살인데, 그 아이가 다 커도 유토피아는 아닐 거란 말이죠. 세월호나 정치적 문제를 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걸 실현할 도구는 역시 ‘음악’이고요. 앞으로 제 아이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음악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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