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돈 교통ㆍ모바일 카드 충전
적립금은 현금처럼 사용 가능
동전 생산비용 줄어들지 주목
재래시장ㆍ자판기 등 피해 우려
20일부터 전국 2만3,000여 편의점과 중대형 마트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살 때 거스름돈을 동전으로 받는 대신 플라스틱 교통카드나 휴대폰에 적립할 수 있게 된다. 적립금은 이후 현금과 똑같이 쓸 수 있다. 한국은행이 국내 동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 추진 중인 ‘동전없는 사회’를 향한 첫 실험이다. 소비자들의 동전 보관 번거로움과 연간 600억원에 가까운 동전 생산 비용이 줄어들 지, 아니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지 주목된다.
한은은 19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동전없는 사회 시범 사업 시연 행사를 가졌다. 20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는 편의점 CU(전국 1만1,300여 매장) 세븐일레븐(8,800여개) 위드미(2,000여개)와 할인마트 이마트(150여개) 롯데마트(백화점, 슈퍼 포함 800여개) 등 5개 유통업체다.
이들 매장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잔돈을 동전 거스름돈으로 받는 대신 매장 내 카드결제 단말기나 바코드 인식 기계를 통해 자신의 플라스틱 교통카드(T-머니ㆍ캐시비)나 휴대폰 속 모바일 카드(하나머니ㆍ신한FAN머니ㆍ네이버페이포인트ㆍ엘포인트ㆍSSG머니)에 적립할 수 있다. 현금 사용으로 생긴 잔돈을 일종의 ‘선불카드’에 미리 모아두는 셈이다. 적립된 잔돈은 추후 물품을 구매하거나 대중교통 이용 시 쓸 수 있다. 또 가령, 1만원 이상 모이면 편의점이나 제휴은행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수수료(500원)를 내고 현금으로 인출도 가능하다.
한은이 실험에 나선 것은 동전 유통으로 인한 불편함과 비효율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오르고 화폐 가치가 예전보다 떨어지면서 어느덧 500원 이하 동전은 돈으로서 가치를 잃은 채 번거롭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한번 생기면 처박아 두고 다시 꺼내지 않는 동전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법정화폐인 동전은 계속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동전 제조 비용은 2014년 408억원, 2015년 539억원, 지난해 537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차현진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동전을 완전히 없앤다기 보다 사용량을 상당폭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은은 향후 이번 시범 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적용 대상을 약국, 슈퍼마켓 등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사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적립 형태로 꼽은 ‘개인 은행계좌로의 잔돈 적립’도 장기적인 추진 목표다. “지금도 기술적으론 가능하지만 1,000원 미만 잔돈 적립에 건당 400~500원씩 수수료가 드는 구조여서 당장은 어렵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일각에선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적립이나 선불카드 사용이 어려운 전통시장이 동전 없는 사회 추진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여전히 동전이 많이 사용되는 자판기, 노래방 등도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도 “전통시장이나 노점상 등에선 시범 사업이 당장 어렵다”고 인정했다.
향후 동전 잔돈을 주고받기 어려워지면 물건값이 아예 1,000원 단위로 책정돼 결국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히려 선불카드 사용으로 물건값을 10원 단위까지 조정할 수 있어 물가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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