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 실패, 범죄집단 美에 자리잡아
“피난처 도시는 갱단 어장”… 재정지원 중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민정책을 잘못 펴 중남미 갱단이 미국에서 뿌리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들이 갱단을 자리잡게 한 ‘어장’ 역할을 했다고 보고 연방정부 재정지원 중단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오바마 정부의 나약한 불법 이민자 정책이 ‘MS-13’ 갱단이 미국 전역 여러 도시에서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며 “우리는 그들을 신속히 제거하고 있는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MS-13 갱단은 공식 명칭이 ‘마라 살바트루차’로 중미 엘살바도르의 대표 갱단이다. 1980년대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탈출한 조직원들이 미국에 정착하기 시작해 2000년대 초부터 세를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MS-13 조직원 1만여명이 로스앤젤레스(LA)와 시애틀 등 최소 42개주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의 이민정책 실패가 MS-13 확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미 위험한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했다”고 말해 상당수가 MS-13 조직원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취임 이후 연방정부를 동원해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색출 및 추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피난처 도시를 MS-13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 함께 진행 중인 중남미 갱단과의 전쟁이 피난처 도시들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난처 도시들이 무분별하게 중남미 출신 불법 체류자들을 받아들여 갱단이 활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피난처 도시 지원을 놓고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세션스 장관이 지난달 27일 연방 정부의 피난처 도시 지원 중단 지침을 발표하자 뉴욕 LA 시카고 등 주요 대도시 시장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에드 머리 시애틀 시장은 이번 조치가 연방 정부 정책을 지방에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수정헌법 10조를 위배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도 4일 ‘피난처 주(sanctuary state)’ 법안을 승인해 트럼프 정부에 맞불을 놓았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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