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은 최근 혼란에 빠졌다. 이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불법찬조금ㆍ촌지 근절 관련 가정통신문에서 “스승의날, 졸업식 등의 공개적인 행사에서 제공받는 꽃 등 3만원 이하의 간소한 선물은 허용된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학부모들이 모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채팅방에서는 “3만원 이하 선물을 줘야 한다” “꽃만 허용되는 것 아니냐”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 학교 4학년생 학부모 정모(40)씨는 “정성은 표시해도 좋다는 취지인 것은 같은데, 남들은 어떤 선물을 하는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처음으로 맞는 스승의날이라 가뜩이나 헷갈리는 상황에서 학교 측 통신문이 더 큰 혼선을 부른 것이다.
육아ㆍ교육 관련 온라인 카페에도 고민을 토로하는 부모들이 많다. 한 학부모는 카페에 학교에서 받은 ‘스승의날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드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안내문 사진을 올리고는 “아무 것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안내문을 받으니 뭐라도 해야 하나 싶다”며 다른 학부모들의 의견을 구했다.
다음달 15일 스승의날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자녀의 선생님에게 꽃이나 선물을 줄 수 있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스승의 날인데다, 학교마다 안내하는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입장은 스승의날에는 학생 대표 등이 교사에게 카네이션 등 꽃은 줄 수 있지만, 아무리 저렴한 것이라도 선물은 일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영란법 시행 직후부터 카네이션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고, 권익위는 지난 1월 카네이션과 꽃은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된다”고 최종 유권해석을 내렸다. 단 ‘학생 대표 등’이 ‘공개적’으로 교사에게 주는 꽃으로 한정했다. 학생들이 돈을 모아 산 꽃을 대표가 전달할 수는 있지만, 모든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꽃을 선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 대표의 범위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18일 “담임교사는 학급 회장, 동아리 담당 교사는 동아리 대표 등”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학생의 꽃을 금지한 것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사제 간의 교육적 관계 등 학교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선물은 5만원 이하여도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교사는 학생을 평가ㆍ지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선물이 교사의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ㆍ의례의 목적을 벗어난다는 게 권익위 판단이다.
단, 학기 중인 스승의날과 달리 교육과정이 끝난 졸업식과 종업식 때는 학생 대표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교사에게 꽃과 5만원 이하의 선물을 줄 수 있다. 학생에 대한 성적평가 등이 모두 종료된 후라 선물의 직무연관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몇몇 학교가 김영란법 시행 이전 스승의날 등 행사에서 케이크 등 간소한 선물을 허용한 개정 전 ‘공무원 행동강령’을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선 학교에 다시 안내를 하고 담당자 교육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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