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G전자 영종도에 인력 파견
하반기부터 시범 서비스 계획
퓨처로봇은 미국 시장 진출
#2
로봇의 사회적 확산 시점
美 2024년 한국 2028년 예측
18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층. 평일이라 한산한 입국장 사이로 흰색 로봇 둘이 눈길을 끌었다. 연내 공항 곳곳을 누비게 될 LG전자의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이다. LG전자 연구원들은 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현장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둘 중 비교적 키가 크고 날씬한 로봇에 다가갔다. 또렷한 목소리로 “어떤 안내를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 테스트용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자 출발 시각, 탑승구, 도착지 날씨를 화면에 띄웠다. 그러면서 “15번 게이트는 150m 떨어져 있고 15분 정도 걸립니다. 에스코트를 원하시면 말씀해주세요”라고 답했다.
대화를 주고받을 수는 없지만 더 눈길을 끈 건 청소로봇이었다. 키 110㎝, 둘레 90㎝ 정도로 결코 아담하지 않았지만 눈사람을 닮은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뒤뚱뒤뚱 힘겹게 내디디는 것 같으면서도 초당 35㎝를 이동한다. 제법 날쌔게 움직이며 바닥 먼지를 빨아 들이는 청소로봇에 다가갔더니 “청소 중입니다. 저 좀 지나갈게요”라며 양해를 구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사람들은 동글동글한 로봇에 친근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어린이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로봇 도입 협약을 맺고 현장 테스트를 시작했다. 15명 안팎의 LG전자 로봇 개발 인력이 교대로 공항에 근무하며 안내로봇 2대, 청소로봇 1대를 돌리고 있다. 속도는 적당한지, 장애물을 제대로 인식하는지, 갖은 소음 속에서도 말귀를 알아듣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로봇 성능을 개선해 하반기 시범 서비스를 목표로 삼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공항 방문객들은 여름부터 입국장(1층)에선 청소로봇 5대, 출국장(3층)에선 안내로봇 5대를 만날 수 있다.
공항을 무대로 로봇 개발에 매진하는 국내 업체는 LG전자뿐만이 아니다. 인천공항은 미니로봇, 원익로보틱스 등과도 손잡고 공연 로봇, 라운지 서비스 로봇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로봇청소기로 유명한 유진로봇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물건을 실어 나르는 로봇 ‘고카트’를 공개했다. 로봇 업체들이 이처럼 공항으로 향하는 데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넓고 유동 인구가 많아 로봇 개발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로봇에 대한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관심은 올 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도 지난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퓨처로봇과 손잡고 개발 중인 상점용 로봇 등을 처음 시연해 보였다. 상용화 시점은 못박지 않았지만, 매장에서 손님을 맞고 안내하며 결제까지 돕는 로봇이 머지 않아 국내에서도 보편화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기는 충분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서비스 로봇 상용화 속도는 더딘 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공항은 지난해 10월부터 퓨처로봇이 만든 안내로봇 3대를 운영 중이다.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도 우리보다 1~2년 앞서 공항 로봇을 테스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출시된 일본 소프트뱅크의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는 이미 1만대가 훨씬 넘게 팔렸다. 일본에 가면 상점에서 손님을 맞는 페퍼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책자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순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로봇의 사회적 확산 시점(일반 가정 보급률 8% 돌파)을 미국 2024년, 한국 2028년으로 예측했다.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빔프로(미국), 페퍼(일본) 등 다양한 로봇이 출시됐으나 국내는 상용화 사례가 없다”며 “특히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천기술 개발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영종도=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