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조기 총선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18일(현지시간) 메이 총리는 내각회의를 주재한 뒤 런던 총리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에게는 선거가 필요하다. 지금은 통합해야 할 때”라며 6월 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 같은 결정은 영국 정치권 내 이견이 브렉시트 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협상력을 위축시킨다는 판단에 따라 조기 총선을 통해 국민에게 확실한 위임을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메이 총리는 “의회의 분열은 브렉시트 협상을 성공시킬 우리의 능력을 위태롭게 한다”며 “확실성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선거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메이 총리는 “(총선이 예정된) 2020년까지 새로운 선거는 없다”며 조기 총선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하지만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이 곧 시작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영국 보수당은 지난 2015년 5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으나, 지난해 6월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 EU 탈퇴가 결정되자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메이 총리는 캐머런 총리에 이어 보수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총리직을 자동 승계 받았다.
야당의 지지로 메이 총리의 조기 총선 요구안의 통과 가능성은 높은 상황.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영국민에게 투표의 기회를 준 총리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조기 총선 계획을 지지했다. 하원은 19일 총리의 조기 총선안에 대해 표결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문제로 메이 총리와 각을 세워 온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 대표는 “영국을 정치적으로 우클릭하려는 총리의 욕심이 반영돼 있다”며 비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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