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은 18대 대선의 최대 변수였다. 그의 등장은 참신했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을 자양분 삼아 급격히 세를 불렸다. 보수는 바짝 긴장했다. 박근혜 당선의 암초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구 편인지 몰라 탐색전을 벌였다. 그러다 안 후보가 ‘국민 동의’를 전제로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자 본격적 공격에 나섰다. 보수 언론은 안 후보의 국민 운운은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새 정치’는 사라지고 ‘구태 정치인’만 남았다는 부정적 프레임을 씌웠다.
▦ 19대 대선에선 거꾸로다. 문ㆍ안 양강 구도가 형성되자 ‘안철수 띄우기’에 열심이다. 데이터 저널리즘기관인 서울대 폴랩(Pollab)이 1월 1일~4월 6일 보도된 20만여 개 기사를 분석했다. 특정 후보를 긍정적으로 보도하면 1점, 중립적이면 0점, 부정적이면 -1점을 매겼다. 4월 6일 안 후보는 +261인 반면 문 후보는 -195였다. 한 시민단체가 3월 20일~4월 7일 방송 뉴스를 조사했더니 민주당에 불리한 기사가 국민의당보다 5배 많았다. 보수층이 반기문, 황교안을 거쳐 안 후보를 주목하자 그에 대한 긍정적 기사가 급증했다.
▦ 18대 대선에서 안 후보 지지기반은 전통적인 야당 지지자와 정치 냉소주의자였다(강원택 2013년 논문). 문 후보 지지자에 비해 정치적 관심이 낮고 투표율도 낮은 특징을 보였다. 대중은 언론이 제시한 의제와 프레임을 통해 사회를 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 아성인 TK 유권자의 절반이 안 후보를 지지하는 배경일 게다. 이에 대해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는 안 후보 지지율이 곧 녹아 내릴 ‘눈사람 득표’라고 했다. 실제 소(小)지역주의 영향이 대선보다 크다고는 해도 4ㆍ12 재보선에서 TK는 한국당을 버리지 않았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 “누군가 정치공동체 없이도 살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인간 이상의 존재이거나 인간 이하의 존재다.” 우리는 지지 정당을 통해 좀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정치가 없다면 삶의 터전인 사회도 존재할 수 없다. 정치의 생명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정치적 유ㆍ불리를 떠나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일관성에서 나온다. 국민은 진정성 있는 정치인을 원한다. 유권자가 한 번 굳어진 정치적 성향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보수의 안철수 띄우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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