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선수 특정해서 말해 충격”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연락해 “정유라의 2020년 도쿄올림픽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공판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015년 7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연락해 정유라 선수의 도쿄올림픽을 지원하라고 했다’고 들었다”며 “대통령이 한 선수를 특정해서 말한다는 게 충격적이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믿을 수 없어 “정말이냐”고 되묻기까지 했다며 수첩에 ‘VIP, 이재용 부회장, 정유라 지원, 2020년 도쿄올림픽’ 키워드를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을 2차 독대하기 전, 삼성에서 이미 최씨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말도 나왔다. 김 전 차관은 “2015년 6월 24일 삼성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게 되면) 박원오(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삼성이 당시 최씨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박씨는 최씨 측근으로 승마계에서 최씨의 딸인 정씨를 돌보는 역할을 했다.
김 전 차관은 또 “최씨가 한화 3남인 김동선을 얘기하면서, ‘한화가 너무 김동선만 지원하고 정유라는 지원을 잘 안 해준다’며 불만이 많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후 승마협회 회장사는 한화그룹에서 삼성그룹으로 바뀌었다.
김 전 차관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쓰러진 뒤 최씨로부터 “홍라희씨가 이 부회장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걱정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고도 했다. 그러자 최씨는 직접 발언권을 얻어 “언제 어디서 들었느냐. 홍씨도, 경영권 승계 얘기도 전혀 모른다”며 김 전 차관의 진술이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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