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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서 벤젠 기준치 162배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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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서 벤젠 기준치 162배 검출

입력
2017.04.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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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지하수 오염 2년 전 조사 후 쉬쉬

“내용 누락, 원본 아닌 가공본” 자료 부실 논란

지난 5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인근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주한미군의 유류오염사고 항의 회견을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지난 5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인근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주한미군의 유류오염사고 항의 회견을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서울 용산 미군기지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허용 기준치를 최대 162배 초과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조사를 해놓고도 결과를 감춰오던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뒤늦게 결과를 공개를 한 것인데, 일각에선 공개 자료가 부실해 정확환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2015년 5월 26~29일 실시한 미군기지 내부 지하수 오염 1차 조사 결과 벤젠을 비롯해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 등 유해물질이 배출 허용 기준치를 대거 초과해 검출됐다고 18일 밝혔다.

환경부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용산구청 맞은편 주유소를 기준으로 반경 200m 가량의 미군기지 내부 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14곳 지하수 관정(管井) 중 절반인 7곳에서 벤젠 검출량이 기준치(0.015㎎/ℓ)를 초과했다. 특히 이 가운데 4곳에서는 최소 20배에서 최대 162배에 달하는 고농도 벤젠이 검출됐다. 또 다른 유해물질인 에틸벤젠은 기준치(0.45㎎/ℓ)의 최대 2.6배, 자일렌은 기준치(0.75㎎/ℓ)의 2.5배, 그리고 톨루엔은 기준치(1㎎/ℓ)의 1.5배가 검출됐다.

이번 자료 공개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데 따른 조치다. 민변은 미군기지 반환 시 오염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나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근거로 삼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그간 환경부는 “미국과 외교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1ㆍ2심에서 “정보를 공개해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지난 13일 최종적으로 민변 측 손을 들어줬다고 이날 밝혔다.

법적 다툼 끝에 자료는 공개됐지만 민변과 환경단체는 환경부가 부실 자료를 공개해 정확한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환경부는 미군기지 내부 18곳 관정의 지하수를 채취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공개된 자료에는 4곳의 결과가 누락돼 있고, 조사 지점 위치도 정확히 표기돼 있지 않아 원본이 아닌 가공한 자료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신수연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은 “환경부가 용산 미군기지 1차 내부오염 조사 결과를 가공해 공개한 것은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군기지 오염물질을 둘러싼 논란은 2001년 ‘녹사평역 유류오염 사고’ 직후부터 이어져왔다. 당시 미군기지 안에 있던 지하 기름탱크 균열로 주변이 오염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2006년에는 남영역 미군기지에서도 기름이 새어 나온 것이 발견되면서 파장은 커졌다. 이에 정부는 2013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열어 3차에 걸쳐 미군기지 내부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환경부는 2015년 1차 조사에 이어 지난해 1월과 8월에 각각 2, 3차 조사를 마쳤지만 이 역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올해 말 용산 미군기지 반환을 앞둔 상황에서 오염 실태가 드러나면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오염된 지하수와 부지 등을 누가 정화할지 책임 논란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날 환경부에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을 모두 정화한 후 반환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1년부터 80억원 가까이를 들여 미군기지 주변 지하수 정화를 실시하고 있지만 기지 내부 정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미군기지 반환 일정을 감안하면 하루 빨리 오염원 정화계획과 부지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SOFA 환경분과위 실무급 협의가 끝나고 최종보고서가 마련되면 1~3차 조사 결과를 비롯 향후 조치방안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환경부가 18일 공개한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부 지하수 오염 조사 지역.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18일 공개한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부 지하수 오염 조사 지역.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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