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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된 에르도안 “EU가입 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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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된 에르도안 “EU가입 국민투표”

입력
2017.04.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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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반대시위 전국 확산 조짐

야권 재검표 요구도 힘 실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 연장

공포통치·국론 분열 장기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개헌안에 반대하는 터키 시민들이 17일 이스탄불에서 “우리는 승리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개헌안에 반대하는 터키 시민들이 17일 이스탄불에서 “우리는 승리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술탄 개헌안’의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야권이 제기한 개표조작 의혹이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으면서 개헌안 반대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기간을 연장하는 등 공포통치 방침을 분명히 해 국론 분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는 시위대 3,000여명이 밤 늦게까지 전날 국민투표에서 가결된 개헌안을 규탄했다. 시위에 참여한 이스탄불대 재학생 코랄(19)은 “국민투표의 진짜 승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반대(NO)가 이겼다” 등의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다른 터키 소도시들에서도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고, 남부 안탈리아시에서는 시위 참가자 13명이 경찰에 구금되기도 했다.

이날 “투표 전반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국제선거 감시단의 평가 결과가 나오면서 야권의 재검표 요구도 힘을 얻고 있다. 감시단은 ▦개헌안 찬반 유세 기회가 동등하지 않았던 점 ▦정부 인사들이 투표에 적극 개입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야당은 전체 개표함의 60%에서 조작 의혹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감시단을 향해 “분수나 알라(know your place)”며 재검표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는 한 술 더 떠 지난해 7월 군부 쿠데타 불발 직후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두 차례 연장된 비상사태의 효력은 19일 끝날 예정이었다. 누만 쿠루툴무시 부총리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항변했지만, 터키 사회는 1년 내내 공포 분위기에 휩싸이게 됐다.

터키 정부의 강경 입장에도 술탄 개헌안의 전망은 밝지 않다. 외신들은 비상사태와 언론 장악 등 국민투표가 정부의 완벽한 통제 아래 치러졌는데도 개헌안이 근소하게 통과된 사실(51.4대48.6)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제3의 도시 이즈미르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반대 비율이 더 높았다. 이즈미르의 반 개헌안 여론은 무려 68.8%에 달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시장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한 이스탄불에서 패배는 에르도안에게 뼈아플 것”이라며 “2019년 대선을 앞두고 반정부 진영이 결집할 동력이 생겼다”고 전했다.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재설정도 불가피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가입 여부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사형제 부활 등 EU 가입 조건에 어긋나는 조치를 공개한 만큼 이참에 유럽과 확실한 선을 긋겠다는 전략이다. 터키는 현재 EU와 맺은 난민송환 협정 등 난민 문제를 지렛대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투표 공정성 시비를 무릅쓰고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했는데,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과 시리아 사태 해결에 터키의 도움이 절실한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미 뉴욕타임스는 “에르도안은 EU와 정치적 성격을 제거한 채 오로지 경제문제로 관계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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