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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 팬들이 품은 13년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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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 팬들이 품은 13년의 한

입력
2017.04.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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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 페이스북
FC안양 페이스북

K리그 일부 팬들은 프로축구 FC서울의 이름을 안 부른다. FC서울 홈 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지역 특징을 따 ‘상암동’이나 ‘난지도’라 한다. 강성 팬들은 ‘북패(북쪽의 패륜)’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쓴다.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 치타스가 2004년 1월, 안양에서 북쪽인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한 걸 비하하는 말이다. 당시 치타스를 응원했던 안양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프로축구연맹과 서울시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펼쳤고 삭발 투쟁, LG 제품 불매운동도 벌였다. 하지만 연고 이전을 막을 수는 없었다. FC서울은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삼고 2002년 한ㆍ일월드컵 개막전과 준결승이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 스타디움으로 사용하며 눈부신 도약을 이뤘다. 성적과 관중, 모든 면에서 K리그 최고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원조 안양 팬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이들은 한 푼 두 푼 모아 시민구단 창단을 추진했고, 결국 2013년 12월 FC안양이 창단해 K리그 챌린지(2부)에 합류했다.

FC안양 구단의 굴곡진 역사와 FC서울과 맞대결에 대한 소회를 담은 사진물. FC안양 페이스북
FC안양 구단의 굴곡진 역사와 FC서울과 맞대결에 대한 소회를 담은 사진물. FC안양 페이스북

FC서울은 1부, FC안양은 줄곧 2부에 속해 K리그에서는 만날 일이 없었지만 FA컵에서 처음으로 맞대결이 성사됐다.

FC안양이 지난 달 29일 FA컵 64강에서 호남대를 1-0으로 누르면서 32강에 올랐고, 선착해 있는 FC서울과 격돌하게 됐다. 두 팀의 FA컵 32강은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다. FC안양 구단과 팬들은 비장한 마음으로 이번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FC안양 서포터들은 ‘분노의 에너지를 원 팀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 사태는 없어야 한다’는 행동강령까지 발표했다. FC안양 구단 SNS에 가면 ‘홍득발자(紅得發紫)’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라는 의미다. 붉은 색은 옛 치타스의 상징 색깔이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팀이 없어지면서 안양 팬들의 붉은 물결은 갈 곳을 잃었고, 붉은 심장은 가슴 속에서만 꿈틀댔다. FC안양은 창단할 때 상징 색깔을 붉은 색이 아닌 보라색으로 정했다. ‘홍득발자’는 힘겹게 탄생한 FC안양의 굴곡진 역사를 상징한다. FC안양은 객관적인 전력은 열세지만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김종필 FC안양 감독은 “부담되기는 하지만 모든 힘을 쏟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근 챌린지에서 3경기 연속 골을 기록 중인 정재희(23)가 공격 선봉에 선다.

FC안양 팬들의 행동강령과 FC서울과 대결에 임하는 결연한 각오를 나타낸 그림들.
FC안양 팬들의 행동강령과 FC서울과 대결에 임하는 결연한 각오를 나타낸 그림들.

반면 FC서울은 이번 경기가 특별할 게 없다는 반응이다.

FC서울은 관중 입장부터 경비 인력 등 모든 경기 준비를 평소 FA컵 32강처럼 준비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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