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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트 엘카베츠

입력
2017.04.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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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4. 19

이스라엘 영화감독 겸 배우 로니트 엘카베츠가 지난 해 오늘 별세했다. jns.org
이스라엘 영화감독 겸 배우 로니트 엘카베츠가 지난 해 오늘 별세했다. jns.org

2014년 개봉한 이스라엘 영화 ‘비비안의 이혼재판’(Gett: The Trial of Viviane Amsaelm)은 유대인의 이혼증서 겟(Gett)을 얻기 위한 한 여자의 5년 법정투쟁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 여성은 이혼을 하기 위해선 남편의 동의서 겟이 필요하다. 아내는 이혼을 하려면 남편의 승낙(?)을 받아야 하고, 영화의 유일한 배경인 종교 법정도 남편에게 이혼을 강요할 수 없다.

영화 연출과 주연을 맡은 로니트 엘카베츠(Ronit Elkabetz)는 도입부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웠다. 남성 재판관과 변호사, 남편이 분주히 오가며 말을 주고 받는 동안 그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그는 이스라엘 여성 인권의 실상을 섬세한 시선으로 짚어온 배우 겸 감독이다.

1964년 이스라엘 베르셰바의 모로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엘카베츠는 모델로 일을 시작했다.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적은 없으나 1990년 이스라엘 영화 ‘The Intended’에 출연하면서 배우가 됐다. 그가 국제적으로 알려진 건 2007년 영화 ‘더 밴드스 비지트(The Band’s Visit)’가 미국과 유럽에서 호평을 얻으면서부터였지만, 그의 대표작은 자국 현실, 특히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룬 ‘비비안 3부작’이다.

남동생 슐로미와 공동 연출한 ‘아내를 얻는 법’(2004), ‘7일장’(2007), ‘비비안의 이혼재판’으로 이어지는 3부작에서 엘카베츠는 비비안으로 연기도 했다. 유대 원리주의자 가정에서 자란 비비안은 십대 때 랍비 가문 남자와 결혼해 20년 간 아내, 네 자녀의 어머니, 미용사로 살다가 이혼 소송을 벌이게 된다. 엘카베츠는 종교와 국가에 복속돼 독립적 존재로 인정 받지 못하는 비비안의 현실을 그가 바르는 빨간 페디큐어와 상징적으로 대비시킨다. 피해자로서 생을 끝내고 싶지 않았던 비비안의 갈망에 이스라엘 여성들은 깊이 공명했고, 영화는 2014년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고 2015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선정됐다.

2015년 동생과 함께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그들은 “비비안 시리즈를 15개는 더 만들 수 있다”며 웃었다. “비비안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우리는 그녀와 함께 성장했어요. 다음 단계는 그녀가 어떻게 자유로운 여자로 살아가는지가 되지 않을까요?”

로니트 엘카베츠가 2016년 4월 19일 별세했다. 향년 51세.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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