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추지하차도 진입 전 1생활권으로 빠지는 곳은 중간에 끼어드는 차가 엄청나다. 속도를 갑자기 줄이다 사고가 날 것 같아 불안하다”(1생활권에 사는 남성 운전자)
“매일 아이들 등하교 시키는데 지하차도에서 100㎞ 넘는 속도로 방향지시등도 안 켜고 차선을 무시하면서 달리는 차를 보면 오싹하다”(신도심 40대 주부)
세종시 내부를 관통하는 1번 국도가 과속은 물론, 차선을 무시한 채 질주하는 차량들로 ‘공포의 도로’가 되고 있다.
세종시 1번 국도는 대전과의 경계지점인 금남면 남세종IC와 천안을 잇고 있다. 이 가운데 신도시를 관통하는 대평교차로~학나래교~사오리 지하차도~주추 지하차도~빗돌터널~연기교차로 구간(11.7㎞)이 사고로 악명이 높다.
2012년 10월 22일 개통한 이 도로에선 규정속도(80㎞)를 지키는 차량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7일 출근 시간대에도 이 구간에선 과속 차량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조치원 방면으로 규정속도로 달리며 지켜본 통행 차량들은 손쉽게 취재 차량을 추월했다. 어림잡아 최소 시속 시속 100㎞ 이상은 기본으로 보였다. 사오리와 주추 지하차도에선 이따금 100㎞ 이하 속도로 운행하는 차량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과속도 모자라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내달렸다.
지난 1월 10일 주추 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이런 과속으로 빚어진 대표적인 사고로 꼽힌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천안에서 대전방향으로 진행하던 SUV가 주추 지하차도 벽을 들이받아 운전자 A(32)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차량은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부서졌다. 사고 경위 조사에 나선 경찰은 차량 내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사고 차량이 시속 140㎞ 속도로 달리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1번 국도에선 두 달 뒤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과속이 일상화된 것은 왕복 6차로로 시원하게 뚫린 데다 신호교차로도 없기 때문이다. 과속단속 카메라도 한솔동 인근과 아름동 끝자락 국제고 인근 등 두 곳에 불과하다. 덕분에 국내 최장 지하차도(2.8㎞)인 주추 지하차도는 폭주족들까지 종종 몰려들어 운전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차량 진출입로가 위험천만하게 배치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곳은 주추 지하차도와 사오리 지하차도가 만나는 새롬동 구간. 이 곳은 주행차량과 너비뜰 교차로에서 내려오는 차량, 새롬동으로 나가는 차량 등 과속 차량과 천천히 진출입하는 차량이 얽혀 사고 위험이 높다. 이 곳에선 지난 1월에 이어 지난달 15일에도 연쇄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달 7,000세대가 넘는 입주까지 더해져 이 일대는 통행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사고 위험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신도심 한 운전자는 “과속 예방 대책은 물론이고, 1번 국도를 통해 시외로 나가거나 시내로 들어오는 교통량, 진출입구의 간격 등의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며 “인구가 더 늘면 앞으로 더 큰 사고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번 국도의 일상화된 과속 운전으로 사고 발생 우려가 커지면서 세종시는 경찰과 교통사고 위험이 가장 큰 주추지하차도 진출입구 양방향에 구간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아 설치 여부는 미지수다. 설치비용은 대당 5,000여만원으로, 왕복 6차선 입출구 양방향에 총 12개 설치하려면 6억원이 필요하다. 시는 아울러 ▦시선 유도등 ▦차선 명도도색 ▦도로 표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홈을 형성해 미끄럼을 방지하는 그루빙 차선 등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경찰, 행정도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구간 단속 카메라 설치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6월은 돼야 설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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