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경계성 갑상선 종양’, 한국은 미국의 10% 미만
갑상선암으로 분류됐던 ‘암 경계성 갑상선 종양’이 한국에서는 외국보다 훨씬 적게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는 2011년 4만 명 정도로 인구 10만 명당 81명꼴로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다. 일부에서는 과잉 진단을 원인으로 들며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미국 국립암연구소 의뢰로 구성된 국제전문가위원회는 “갑상선암의 10~20%는 종양 절제만하면 완치할 수 있어 암이라고 부르지 말고, 추가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불필요하다”고 발표, 갑상선암 과잉 진단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전문가위원회는 이 질환을 ‘갑상선유두암’이라는 진단명 대신 ‘유두암종 세포핵을 지닌 비침습 갑상선 소포 종양(NIFTP)’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위원회 권고에 따라 다음 달 개정ㆍ발표될 ‘제4판 WHO 종양 분류법’에 이를 수용할 예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정찬권(병리과)ㆍ배자성(유방갑상선외과) 서울성모병원 교수팀은 “2008~2014년 서울성모병원에서 갑상선유두암 진단 받은 환자 6,269명을 대상으로 NIFTP 발병률을 확인한 결과, 105명(2%)만 해당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북미 병리학회 공식학술지(Modern Path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한국인 발병률이 세계 평균 발생률(10~20%)보다 훨씬 낮은 비율(2%)을 보였다”며 “연구에서 보듯이 서양인과 다른 한국인만의 갑상선암 특성을 고려한 진단 기준을 진료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확히 진단되지 않은 NIFTP는 림프절 전이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치료하기 쉬운 종양으로만 취급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결과로 암이 있는데도 필요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새로운 진단ㆍ치료 기준을 마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배 교수는 “대한갑상선학회 진료권고안에 따라 초음파 검사로 확인된 갑상선 결절(혹)의 크기가 1㎝ 이상일 때 세침흡인세포 검사에서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해야 한다”며 “갑상선 결절이 발견됐다고 무조건 수술할 게 아니라 크기가 작고 예후가 좋을 것으로 판단되면 지켜볼 수도 있다”고 했다.
NIFTP는 갑상선유두암과 세포 모양이 유사하지만, 섬유조직 캡슐(주머니)로 둘러 싸여 있고, 혈관 침습이 없어 전이되지 않는다고 알려진 ‘암 경계성 갑상선 종양’이다. 일반 갑상선유두암과 성질이 달라 따로 분류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세포핵 모양 때문에 세침흡인세포검사로는 갑상선유두암과 구별되지 않고, 수술 후에만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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