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업황 회복 기미 없어
현대중ㆍ삼성중도 인수 여력 의문
“장점 특화해 강소기업 변신을”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 구조조정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18일 두 차례 더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를 모두 통과할 경우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는 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회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고 해도 앞으로 갈 길은 험난하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2018년 이후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대우조선이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을 벌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또 당초 예상과 달리 전 세계 조선업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시행중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여력이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대우조선이 M&A 시장의 가치 있는 매물로 변신하려면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먼저 대우조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의 드릴십 2척 인도가 마무리돼 1조원의 대금을 받아내야 한다. 회사 부실의 주 원인이었던 해양플랜트 부문을 털어내 규모를 줄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뒤 수주를 크게 늘려 흑자 구조로 바꿔놓아야 한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 실적은 당초 목표로 잡은 55억달러(약 6조2,500억원)의 14% 수준인 7억7,000달러에 불과하다. 대우조선이 지난해 말까지 이행한 자구계획 규모도 1조8,000억원(34%)에 그쳤다.
전세계 조선업황의 회복이 더딘 점도 뼈아프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 기관 클락슨은 최근 2018년 연간 발주량 전망치를 지난해 9월 보다 20% 낮춘 2,050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로 발표했다. 대우조선이 작고 탄탄한 회사로 변신하더라도 매각 대금이 맞지 않거나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경우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외면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황 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은데 현대중공업이든 삼성중공업이든 자산규모가 15조원에 달하는 회사를 인수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우조선이 강점을 가진 분야만 특화해 강소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사업별로 분할해서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잠수함 등 경쟁력 있는 부분은 살리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매각해 몸집을 줄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유동성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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