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부 병의원, 과잉진료ㆍ의료사고 속출
무자격자에게 처치 맡긴 병원도
상식 밖 의료행위 불구 ‘모르쇠’ 일관
대구지역 일부 병의원들이 턱없이 높은 진료비 청구에다 의료소송으로 이어진 수술 후유증, 무면허 의료인 시술 등 상식 밖의 의료행위로 환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 A화상병원은 진료비 과다 청구에 대한 지적(2월8일자 14면)에도 불구, 비싼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청구하고 있다. 대구 중구 장준영(56ㆍ가명)씨는 지난달 29일 뜨거운 국을 쏟아 왼쪽 무릎 부위에 500원짜리 동전 2개 크기의 화상을 입었다. 병원 권유로 3일간 입원한 장씨에게 청구된 치료비는 112만원이었다. 장씨는 “조그만 화상치료에 100만원이 넘게 나올 줄 알았다면 집에서 치료했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집에서 끓는 물을 쏟아 양쪽 허벅지 화상을 입은 대구 서구 장연자(44ㆍ여ㆍ가명)씨도 A병원에서 간단한 처치 후 20만9,000원을 냈다. 병원 측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수술과 치료비로 250만원 가량 든다”고 설명했으나 다른 외과의원 의사는 “수술은 필요 없다”며 2주의 통원치료를 권했고, 10일 치료비 총액은 17만4,000원에 불과했다.
수도권 한 화상전문병원 원장은 “선택권이 없는 환자에게 입원을 권유, 과다한 비보험치료를 해도 의료행위 상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고 말했다. A화상병원은 이에대해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대구 B정형외과의원 C원장은 족부질환의 전문가라고 자처하고 있으나 “엑스레이 사진도 잘 판독하지 못하고, 뼈 고정핀을 제대로 꼽지못할 정도로 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며 의료소송에도 휘말려있다.
대구 남구 최민지(58ㆍ여ㆍ가명)씨에 따르면 2015년 7월 C원장의 권유로 수술을 받았으나 마취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술이 100% 잘됐다”는 C원장의 얘기와는 달리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계속됐다. 수 차례 원장을 찾았으나 “엄살이 심하다”는 핀잔만 받았다. 최씨가 다른 병원을 찾은 결과 “교정만 하면 되는 발을 억지로 수술한 데다 뼈를 한 마디 정도 짧게 잘라 걷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말 C원장을 상대로 의료소송을 제기했다. B병원 측은 “소송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경북 예천군 김옥순(75·여·가명)씨는 지난달 6일 무릎전문병원으로 알려진 수성구 D병원에서 왼쪽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수술 후 불면증과 오한, 발열, 헛소리를 하는 섬망증상까지 보였으나 “CT촬영과 혈액 및 소변 검사에서 아무 이상 없다”는 병원 측의 답변만 돌아왔다. 김씨는 증세 악화로 대구 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으로 옮겼으나 같은 달 26일 패혈증과 장 마비로 숨졌다.
병원 측은 의료과실에 대해서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도의적 책임 상 장례비 1,600만원을 유족에게 지급했다. 병원은 유족과 함께 의료분쟁위원회 등 자문기관을 통해 진상을 규명키로 했다.
버젓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삼는 의원도 있다. 대구 달서구 김순자(42ㆍ여ㆍ가명)씨는 어깨 통증으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설립한 달서구 E의원을 찾아 전기치료를 받다 통증이 심해 중간에 치료를 그만뒀다. 김씨는 어깨에 물집을 발견, 의원 측에 항의했지만 “피부가 약해서 화상을 입었기 때문에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김씨는 E의원을 고소했고, 경찰 조사결과 간호조무사 자격도 없는 F씨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불구속입건됐다. F씨는 “의원 측의 지시로 환자가 많을 때는 하루 평균 3회 정도 의료행위를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E의원 측은 “화상을 입었다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고 의료법에 저촉된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료사고나 무면허 의료의 경우 사실 확인을 거친 후 관련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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