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로 도로포장 작업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망사고를 낸 인부와 이를 감추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운전자와 작업 차량을 바꾼 도로포장 업체 관계자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충남경찰청은 17일 무면허로 도로포장 작업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망사고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이모(69)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사고 차량과 운전자를 바꾼 혐의(보험 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등)로 도로포장 업체 대표 박모(33)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구속된 이씨는 지난해 8월 22일 오전 8시 30분쯤 논산 도로포장 공사현장에서 15톤짜리 도로포장(타이어 롤러) 차량을 후진하다 인근에서 건설장비를 운반 중이던 정모(46)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박씨 등은 119에만 신고했다. 이씨가 무면허 인데다 사고 차량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보험처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보험처리를 받을 방법을 궁리하다 사고 차량과 운전자를 바꾸기로 했다. 박씨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부탁해 전북 익산에 있는 같은 종류의 도로포장 장비를 논산의 현장으로 옮겨 왔다. 운전은 면허가 있는 이 업체 이사(46)가 한 것으로 입을 맞췄다.
그리고 사고 발생 7시간 만인 오후 3시 30분쯤 경찰에 사망사고를 신고했다. 경찰에선 약속한대로 이사가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보험금 3억5,000만원을 수령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발생 7시간이나 지나 신고한 게 수상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장비 임대업자와 보험회사, 업체 관계자들의 행적에 대한 역추적 등을 통해 사고차량은 물론 운전자까지 바뀐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사고 차량을 면밀히 조사하고, 운전을 했다고 주장하는 업체 이사, 실제 사고를 낸 인부 이씨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 끝에 운전자와 차량을 바꿔치기 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사고 후에도 1년간 사고를 낸 인부에게 같은 차량으로 도로포장 작업을 계속하도록 했던 사실도 밝혀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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