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기를 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3) 터키 대통령은 한 손에는 이슬람주의를, 다른 손에는 경제 성장을 붙잡고 절대권력 지도자 ‘술탄’으로 우뚝 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3년간 친이슬람 정치를 펼치며 터키 세속주의의 대항마로 자리를 굳혔다. 이슬람식 중등 교육을 받고 자란 그는 1970년대 이슬람 성향 복지당 당원으로 정계에 입문, 1994년 3월 이스탄불 시장으로 당선됐다. 4년 후 헌법재판소가 ‘정교분리 원칙 위배’를 이유로 복지당을 해산하자 2001년 8월 다시 이슬람주의를 강화한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했다. 이후 2003년부터 11년간 총리로 집권한 에르도안은 이슬람식 교육 부활, 공공기관에서 히잡 착용 허용, 주류 판매 제한 등을 추진하며, ‘하얀 터키인’(세속주의 엘리트 정치인)에 지친 국민에게 희열을 안겨줬다.
에르도안 지지층에게 그는 경제성장과 복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에르도안 총리 취임 이후 약 10년간 터키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은 1,000억달러 이상으로 급등했으며 수출도 10배 이상 뛰었다. 동시에 재분배 정책을 강화해 빈곤율을 한자리 수로 낮추고 중산층 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때문에 반대 세력 숙청, 시위 폭력 진압, 부패 의혹으로 인한 ‘독재자’라는 비난 속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 50% 선은 무너지지 않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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