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일본군 부대가 인도네시아로 위안부를 끌고 가 난폭한 수단으로 협박했다는 내용의 전범 재판기록이 공개됐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연행한 증거가 추가된 셈이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있어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교도(共同)통신은 일본 국립공문서관과 법무성이 종군위안부와 관련한 공문서 19건(182점)을 지난 2월 일본 정부 내각관방에 제출했다고 17일 전했다. 제출된 공문서는 태평양전쟁후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과 BC급 전범재판의 기록들이며, 1999년 일본정부 법무성에 이관돼 보관되어온 것들이다.
이 중 ‘바타비아(자카르타의 옛 명칭)재판 25호사건’이란 자료에는 일본 해군의 인도네시아 특별경찰대 전 대장이 전후 일본 법무성 관계자에게 “200명 정도의 부녀자를 위안부로 오쿠야마(奧山)부대의 명령에 따라 발리 섬에 데리고 들어갔다”고 말한 증언이 담겨 있다. 또 ‘폰차낙(인도네시아 지명)재판 13호사건’ 판결문에는 “다수의 부녀자가 난폭한 수단으로 위협당했고 강요당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법무성측은 위안부문제 정부 조사에 필요한 문서라는 학자와 시민단체의 끈질긴 지적을 받아들여 해당 공문서의 복사본을 내각관방에 제출했다.
공문서 대부분을 발견한 하야시 히로후미(林博史) 간토(關東)대(근현대사)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이 사례뿐 아니라 자바섬 부족장들을 강요해 여자들을 모집한뒤 공장에서 일한다고 하면서 실제론 위안부로 끌고 가는 등의 증언이 기술된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들 공문서가 군이 강제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한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지만 아베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 내각관방이 수집한 종군위안부 관련 공문서는 이번에 제출된 19건을 포함해 317건에 달하지만 강제연행을 입증하는 자료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공문서에 대해서도 “군인이 매춘을 강요해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개별자료 평가는 하지 않고 있다. 전체로 보면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 도쿄대(일본근대사) 교수는 “점령지에서 벌어진 구체적 상황이 적혀 있는데도 정부가 기존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며 “정부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이란 게 뭔지 명확히 하라”고 비판했다. 위안부문제해결 전국행동의 고바야시 히사토모(小林久公)씨도 “아베 정권은 흰 것을 검은 것이라고 바꿔 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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