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후 마땅한 일자리 못찾아
1분기 15만명… 1년새 12% ↑
무보수로 가족 일을 돕는 남성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 동안 가구주 역할을 하던 남성들이 실직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가게에서 소일하는 일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남성 무급가족종사자는 1분기 15만명으로, 1년 전보다 1만6,000명(11.7%)이나 증가했다. 이는 2007년 2분기에 2만명(12.8%)이 늘어난 후 9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금융위기 당시 남성 무급가족종사자는 17만5,000명이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식당)나 농장 등에서 보수를 받지 않은 채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근로 형태가 일정하지 않아 일반 취업자 기준(주당 1시간)보다 훨씬 긴 주당 18시간 이상 노동했을 때만 통계로 잡는다. 이에 따라 주당 18시간 미만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남성 무급가족종사자의 증가세는 점점 급해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전년동기대비 1.6% 늘어난 데 이어 3분기엔 1.9% 4분기엔 6.9%로 더 커졌다.
이처럼 남성 무급가족종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와 고용 악화로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고용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이 늘고 있는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인건비 등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조차 쓰지 않고 가족들이 무보수로 근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달 자영업자는 561만6,000명을 기록했다. 이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03만8,000명에 달했다.
최근 고용 한파가 남성에게 더 혹독한 것도 한몫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고용률은 60.2%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20대 남성 고용률은 유일하게 전년 동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등 남성들이 많이 취업하는 분야에서 일자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과거에는 보통 여성이 무급가족종사자로 많이 일했는데 최근에는 가구주 역할을 하던 남성들이 일자리를 잃자 무보수로 가족 일을 돕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부가가치나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 ‘질 나쁜 일자리’만 늘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여성 무급가족종사자는 1분기 84만4,000명을 기록했다. 여성 무급가족종사자는 지난해 3분기 이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전체 무급가족종사자도 줄어들고 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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