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 지역 SUV 선호도 높은데
잘 팔리던 세단에만 안주…
사드는 기존 위기 앞당겼을 뿐”
올 2월 점유율 3.8%로 하락
협력ㆍ연관업체들 유동성 위기
현대, 상하이모터쇼서 반격 계획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피해 때문인지, 현대차 판매전략 문제인지 냉정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제1의 해외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량이 반토막 난 것에 대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 한 곳만의 부진이 아니라 국내 부품업계를 비롯,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는 21일 개막하는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략적 신차를 공개하며 돌파구를 찾는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에서 근무하며 중국시장을 개척했던 1세대 전직 임직원들은 “사드가 위기를 앞당겼을 뿐, 이미 중국시장에서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었다”며 벼랑 끝에 선 현대차의 위기를 우려했다.
16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A씨는 “선제적으로 중국시장을 개척해 점유율 3위까지 올려놨지만 후배들이 이를 유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국을 판매가 저절로 이뤄지는 시장으로 보고, 너무 쉽게 판단했다”며 “현대차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라인업에 대한 연구를 등한시하다 보니 결국 이런 결과를 맞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중국 시장에서 2005년 점유율 7.5%에 달했던 현대차가 지난해 5.1%에 이어 올해 2월 3.8%로 하락한 데는 사드 탓도 있지만, 신차부재 등 내부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A씨는 현대차 중국법인 베이징현대에서 근무하며 3공장 완공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포화상태인 중국 동부연안을 대신할 시장으로 내륙을 공략해야 하는데, 그 곳은 지형 특성상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며 “여기에 베이비 붐 열풍과 유가하락까지 더해져 SUV 선호도는 매우 높은데도 현대차는 기존에 잘 팔리던 세단에만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대차는 싼타페, 투싼 등 기존 SUV는 신차가 나온 지 2년이 넘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데도, 지난달 중국형 아반떼인 ‘위에동’ 신형을 출시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시장에서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현지 생산ㆍ판매 인프라까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발주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150여개 협력업체들과 연관업체 700여곳은 최근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2002년 중국 옌청에 기아차 공장 설립에 참여했던 B씨는 “협력사들은 합작이 아닌 독자 진출하다 보니,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며 “현대ㆍ기아차가 이들이 아닌 중국 현지 부품사에 의존하게 되면 품질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대ㆍ기아차는 ‘2017 상하이 모터쇼’에 중국 전략형 소형 SUV, 중형 승용차 부분변경 모델, 크로스오버차량(CUV) 등 21대를 선보이며 사드 역풍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중국을 방문해 직접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를 적게 하다 보니, 선제적 대응을 못하고 문제가 터진 후에야 수습에 나서는 형국”이라며 “높은 관세로 수출 차량의 공급이 원활치 못한 상황에서 중국은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이 어느 곳보다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직 임직원들은 현재로선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일정기간 과도기가 불가피한 만큼, 판매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판매체계 재 구축은 물론 연구개발(R&D)투자와 상품 고급화 전략 외에도 시장 진출 초창기에 집중한 현지 친화적인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쓰촨(四川) 대지진 1주년을 앞두고 중국 전역이 추모 분위기였던 2009년 현대차 직원들이 희생자 묘역을 방문해 합동 추모식을 가졌던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던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현대에서 근무했던 C씨는 “현대차와 합작회사인 베이징기차가 벤츠와도 합작사를 운영해 수익을 보며 현대차 의존도를 낮추 듯이, 현재 중국 시장엔 각종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품질만으로 공략하긴 어렵다”며 “의리를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현지 친화적인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최근 갑작스레 실적이 줄어든 것은 사드 탓이 크며, 그간 점유율이 줄어든 부분은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현대ㆍ기아차, 중국 판매 차량 중 SUV 비중(단위:%)
자료 : NH투자증권
◆현대ㆍ기아차, 중국시장 점유율(단위:%)
자료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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