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포렌식만 4억 드는데
확보예산 고작 3억5000만원
진상 조사 활동 지장 우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체조사위)가 공식 활동에 나섰지만 확보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된 진상 조사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해양수산부와 선체조사위에 따르면 영국 검증기관 브룩스 벨은 지난 7~14일 세월호 선체 외관 검사를 마친 뒤 초기 조사 용역 비용으로 1억4,000만원을 청구했다. 또 휴대폰 등 전자기기 자료 회복(디지털 포렌식)에 3억~4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외에 선체조사위 운영비와 인건비 등도 필요하다.
그러나 해수부가 ‘선체 조사’를 지원하기 위해 확보한 예산은 3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선체조사위 예산은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규명 사업 예산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조위 중간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과 2016년 특조위에 ‘참사실태조사ㆍ연구’와 ‘진상규명실지조사’, ‘청문회 및 감정ㆍ검증 실시’ 명목으로 각각 6억900만원, 6억2,600만원을 지급했다. 특조위는 해당 예산으로 민간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세월호 전복ㆍ침수ㆍ침몰 시뮬레이션, 항적과 사고 당시 타각(방향타 각도) 등을 조사했다.
선체조사위의 경우 세월호 인양 이후의 진상조사 작업이기 때문에 특조위와 사정이 다르다. 특히 영국 검증기관에 의뢰한 참사 원인 조사에 상당한 비용이 들 전망이다. 브룩스 벨은 향후 구체적인 조사 방향을 정한 뒤 본격 조사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제로 베이스’에서 조사를 새로 시작하는 만큼 막대한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선내에 남아있는 각종 전자기기의 디지털 포렌식 작업도 특조위 예산을 근거로 책정했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희생자들의 스마트폰 등 유류품의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맡아온 이요민 모바일랩 대표는 “그동안 수습해 분석한 스마트폰이 100여점인데 배 안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전자 기기와 차량 블랙박스 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펄과 염분 제거 작업도 쉽지 않아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체조사위는 인적 토대인 조직과 인력을 꾸리는 시행령을 조속히 마련하고 해수부 편성 예산 외에 필요한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원활한 활동을 위한 예산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 해양 조사 전문가는 “선체조사위가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 있는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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