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재조정 사실상 성공
50% 출자 전환 50% 만기 연장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성공 땐
대우조선 이달중 신규자금 지원
하반기 주식거래 재개 예상
회생 관건은 해외수주 회복
국민연금이 정부와 산업은행이 제안한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동안 사채권자 대표 격인 국민연금의 반발로 법정관리 행 위기에 몰렸던 대우조선은 사실상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며 회생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대우조선 회사채를 대량 보유한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공단 등 다른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국민연금의 뜻을 따르기로 입장을 정한 터라 17일부터 이틀간 열릴 사채권자 집회에서 찬성표를 던질 게 확실시된다.
국민연금은 16일 저녁 8시 서울 모처에서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 주재로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채무재조정 대상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가장 많은 3,900억원(28.9%)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50% 출자전환과 50% 3년 만기 연장’을 골자로 한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면서 대우조선은 법정관리가 아닌 낮은 강도의 자율적 구조조정 방식으로 경영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은 사채권자를 제외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해서는 이미 고통 분담 합의를 끝낸 상태다. 물론 국민연금이 찬성했다고 해서 17일부터 열릴 사채권자 집회가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국민연금이 동의한 만큼 다른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들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정부의 채무조정안에 대해 기금 운용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혀 온 국민연금이 막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그 동안 산은에 2020년부터 3년에 걸쳐 받게 될 절반의 회사채를 온전히 상환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보장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채무 조정 해법을 두고 양측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에서 산은과 정부는 15일 저녁 ‘회사채를 차질 없이 상환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이행확약서를 제출했고 이것이 국민연금의 마음을 돌려놓는 결정적 한 수가 됐다.
산은은 확약서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사채권자들에게 회사채 원리금을 먼저 갚아주겠다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4가지 방안을 담았다. 특히 청산가치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사실상 담보로 제공하고, 회사채 상환 한달 전 별도 계좌(에스크로계좌)에 상환할 원리금 전액을 예치해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주효했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이에 국민연금도 “이 정도면 산은 제안을 수용할 명분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이 마지막 남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 이달 중 정부로부터 신규 자금을 지원받아 곧바로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주식거래도 올 하반기부터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지난해 말 기준 2,732%에 달했던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300% 안팎으로 떨어진다. 대우조선 직영 인력도 내년부터 9,000명 미만으로 축소되며 매출 6조~7조원에서도 이익창출이 가능한 ‘작고 탄탄한 회사’로 거듭날 것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조선 빅2 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관건은 결국 대우조선이 해외에서 일감을 많이 따 오고 곳간을 채우는 일이다. 그러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최근 전 세계 조선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수정 전망을 내 놨다. 법정관리행은 피했지만 앞으로 대우조선이 가야 할 길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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