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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전자출석부 확산… 휴대폰 두고 왔다면?

입력
2017.04.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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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인식 기능ㆍ블루투스 이용

최첨단 출첵 기법까지 등장

강의실 밖에서 ‘꼼수 대출’에

교수들 “우릴 못 믿나” 불만도 커져

5일 오후 중앙대 재학생이 전자출석 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 대고 있다. 정반석 기자
5일 오후 중앙대 재학생이 전자출석 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 대고 있다. 정반석 기자

“이번 교시 출석번호는 0503”

13일 오후 백석대 한 강의실에 들어선 교수가 네 자리 숫자를 칠판에 쓰자 대학생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 ‘전자출석’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후 칠판에 적힌 숫자를 입력하기에 바빴다. 한 학생은 “5분 내에 입력하지 않으면 결석 처리가 된다”면서 “수업 도중에도 1시간마다 정해주는 번호를 입력해야 최종적으로 출석이 인정된다”고 했다.

최근 ‘전자출석부’를 도입한 학교가 늘면서 강의실 풍경이 크게 변했다. 2015년 10여 개 대학에 불과하던 게 올해 1학기 기준으로 3배가 넘는 30여개 학교로 늘어난 상황. 기존의 학생증이나 모바일 QR코드를 접촉하는 방식에다 휴대폰 위치인식과 블루투스를 이용한 최첨단 기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학들이 저마다 전자출석부 도입에 나서는 이유는 철저한 출결관리. 올 3월부터 전자출석 체크를 하고 있는 중앙대는 “출석 부르는데 시간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도 출석관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수나 수업을 받는 학생 모두 윈-윈(Win-win)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백석대 재학생 A씨는 지난달 수업에 정시에 도착, 휴대폰 전자출석 앱을 실행했지만, 위치인식 오류로 ‘미처리’라는 메시지와 함께 결석처리 됐다. A씨는 수업이 끝난 후 사정을 설명했지만, 교수는 “그 또한 수업 준비 불량”이라며 출석처리를 해주지 않았다. 이 학생 외에도 출석처리가 안된 특정 휴대폰 이용자가 한둘이 아니어서 대학은 뒤늦게 사과문을 띄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휴대폰을 갖고 오지 않거나 분실하면 출석 처리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첨단 출결시스템에 맞춘 ‘꼼수’도 자연 생겨나고 있다. 친구에게 받은 학생증이나 QR코드를 대신 기계에 접촉하거나 강의실 밖에서 위치인식을 하는 방법 등이다. 중앙대 공과대학 정모(20)씨는 “오히려 대리출석이 용이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충청권 한 대학에서는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에게 출석번호를 전달받는 방식으로 대리출석을 하다 발각돼 F학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학생들은 “얼굴을 직접 확인하던 과거에 비해 가짜 출석의 구멍이 더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일부 교수들은 “학교가 학생들과 교수 간의 관계를 의심하는 것 같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지방대 한 교수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소수의 학생들 때문에 전체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전자출석부가 불편하지만 학교본부의 제재가 두려워 억지로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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