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의윤은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8회초 대타로 나가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트레이 힐만 감독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는 세리머니를 했다. 국내 감독이었다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이다. 힐만 감독은 16일 한화전을 앞두고 “경찰을 부를까 했다”고 농담을 한 뒤 “정의윤이 시즌 초반 방망이가 맞지 않았을 때 더그아웃 뒤에서 내 가슴을 치게 했다. 초반 팀 연패가 길어지자 ‘감독에게 좋은 기를 주고 싶다. 홈런을 치면 때리겠다'라고 하더라"라며 "우리 선수들이 그런 것을 즐겼으면 좋겠다.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개막 6연패로 시즌을 시작하며 초조할 법도 했지만 힐만 감독은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건 평정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선수들을 대하는 것이다. 너무 업(UP) 되어서도 안 되지만 처져 있어도 안 된다. 싫은 내색하지 않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려 한다. 그게 감독의 역할"이라며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힐만 매직’이 SK를 바꾸고 있다. 이날 10-1로 승리한 SK는 최근 5연승의 상승세로 시즌 첫 5할 승률(7승7패)을 이뤘다. 개막 6연패 이후 8경기에서 7승1패로 전혀 다른 팀이 됐다. 투타 밸런스도 점차 완벽해지고 있다. 마운드에서 선발 박종훈이 5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올린 가운데 타선도 김동엽의 홈런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뜨려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화 김태균은 59경기 연속 출루에서 성공, 역대 토종선수 최장 타이기록을 세웠다.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김태균은 1회 2사 1루의 첫 타석에서 중전 안타로 출루, 지난해 8월 7일 NC전부터 시작한 연속 출루 기록을 '59'로 늘렸다. 이는 박종호(현 LG 코치)가 현대에서 뛰던 2000년 5월3일 삼성전부터 7월13일 SK전까지 이어간 국내 선수 최장 기간 연속 경기 출루 기록과 같다. 김태균이 4경기만 더 연속해 출루하면 펠릭스 호세(전 롯데)가 수립한 이 부문 KBO리그 최다기록(63경기 연속)과 타이를 이룬다.
단독 선두를 달리는 KIA도 광주에서 넥센을 맞아 7-6 역전승을 거두고 5연승의 고공비행을 했다. 전날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선점한 KIA는 11승3패가 되며 공동 2위인 ktㆍ롯데(이상 9승5패)와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10승 선점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38.7%(31번 중 12번)다.
잠실에서는 LG가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6타점으로 폭발한 루이스 히메네스의 활약을 앞세워 kt를 12-5로 제압했다. 14일 kt와 1차전에서도 홈런과 5타점을 몰아쳤던 히메네스는 3연전에서만 홈런 3개에 11타점을 쓸어 담았다. LG 선발 차우찬은 5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2볼넷으로 4실점(3자책)했지만 타선 지원 덕에 시즌 2승째를 올렸다.
부산에서는 최하위 삼성이 롯데를 3-0으로 제압했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6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져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NC는 창원에서 두산을 4-0으로 꺾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NC 선발 장현식은 5이닝을 2피안타 5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 생애 첫 선발승을 거뒀다. 올 시즌 NC 토종 선발 투수의 첫 승이기도 하다.
한편 이날 잠실구장과 광주구장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무응원 경기를 펼쳤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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