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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무력감과 환멸의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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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무력감과 환멸의 대선

입력
2017.04.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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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대부분 스캔들 휘말리며

청년층 등에 정치적 냉소 팽배

유권자 3분의 1이 표심 못 정해

지지율 25% 넘는 후보 없어

극좌파 멜랑숑 역전승 가능성도

15일 프랑스 북동부 소도시 스당 시내에 세워진 대선 후보 알림판 앞으로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15일 프랑스 북동부 소도시 스당 시내에 세워진 대선 후보 알림판 앞으로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무력감과 환멸의 대선.”

프랑스 사회가 대선 1차 투표(23일)까지 마지막 일주일을 남겨두고도 표심을 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16일 현재까지 압도적 우세는커녕 지지율 25%를 넘는 후보조차도 없다. 변화에 대한 무력감에 휩싸인 유권자들이 대거 기권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 선택과 급진좌파 장뤼크 멜랑숑 후보의 역전 여부 등도 선거 막판 판세를 삽시간에 결정지을 요소로 후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부동층과 기권자 비율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1차 혹은 결선 투표에 참여하지 않거나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유권자는 전체 3분의 1이 넘는 1,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과거 대선들이 통상 약 20%의 부동층 비율을 보인 것에 비해 현저히 높은 데다, 역대 최고 기권율을 기록한 2002년(28.4%) 대선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부동층 중 일부가 특정 후보로 향하는 순간 모든 순위를 뒤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유럽 언론들은 높은 부동층 유권자 비율이야말로 삽시간에 프랑스 대선 판세를 뒤집을 최대 ‘불확실성’이라고 평가한다.

부동층 비율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1~3위 후보 모두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유권자들의 정치적 냉소가 어느 때보다 커져서다.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의 세비횡령 의혹, 국민전선(FN) 마린 르펜의 허위채용 논란 등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차악’조차 선택하지 않는 것.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파스칼 페리뉴 정치학 교수는 “프랑스인은 어디에 자신의 정치적 충성을 바쳐야 할지 모르는 ‘충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렇게 모든 유력 주자들을 정치권에서 몰아내려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부동층 중에서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청년 세대도 불확실성 요소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조사에서 25세 이하 유권자의 47% 가량이 1차 투표 불참 의사를 밝힐 만큼 이들은 정치적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26%를 웃도는 청년 실업률 속에서 친(親)기업적 공약을 내세운 1위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에 대한 청년층의 시선은 차갑다. 저소득층 소득세 축소, 정년 단축 등을 표방한 르펜의 지지율도 마찬가지로 추락 중이다. 장조레스 재단의 질 핀켈스타인은 이에 “‘아무것도 이 현실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는 일종의 공허함(sense of futility)이 청년, 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지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3일 선거결과를 결정지을 마지막 요인은 좌파 진영의 선택이다. 프랑스 주간 르푸앵이 11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마크롱(23%)과 르펜(22.3%)이 선두를 다투는 중 멜랑숑 프랑스좌파당 후보가 14일 기준 18.8%의 지지를 받으며 턱밑까지 쫓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불평등 해결, 유럽연합(EU) 조약 재협상 등을 내세운 멜랑숑이 급부상하면서, 극좌파가 역전승을 거두는 시나리오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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