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일부 “사퇴 논의 필요”
유승민 측 “어떻게 사퇴를 입에 올리나”
250억원 대출한 한국당은 돈 걱정
“후보에 단일화 말하기 어려워”
대선 후보 등록과 동시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 중도하차론이 제기돼 보수진영이 뒤숭숭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ㆍ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10%미만인 가운데 보수 정당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선거자금 문제와 대선 이후 정당의 위상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바른정당에선 급기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16일 주요 당직자의 입에서 후보 사퇴 공론화 얘기가 나왔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오찬에서 “29일에 즈음해 의원총회를 열어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할지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가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가기 하루 전인 29일까지 사퇴결정을 하지 않으면 무효표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유 후보 사퇴 뒤 바른정당과 한국당 내 비박계 의원들이 합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를 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유 후보를 겨냥해 “유 후보도 바른정당을 살리는 길이 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이 사견임을 거듭 강조했으나, 최근 바른정당 물밑에선 꾸준히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14일에는 대선전략을 논의하려 의원 18명이 모인 조찬 간담회에서 일부 의원이 “현재의 저조한 지지율로 후보 등록을 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며 후보 사퇴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찬에 참석한 의원들은 “그러나 의원 다수가 지금 막 레이스를 시작하는 후보의 사퇴를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인 데다 이는 후보가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해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유 후보 측의 불쾌감과 서운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 선거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당이 똘똘 뭉쳐서 후보를 도와도 모자랄 판인데 어떻게 사퇴를 입에 올리느냐”고 한탄했다. 또다른 고위 당직자도 “극히 일부 의원들의 돌출 발언”이라며 “당의 최고의결기구인 당원대표자회의에서 선출된 당의 대선후보의 사퇴 여부를 의총에서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 측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선거운동을 코앞에 둔 시점에 사퇴 운운하는 것은 제정신 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언동"이라며 "아무리 외롭고 험한 가시밭길이라도 국민 여러분만 보고 의연하게 갈 것"이라고 밝혔다.
250억 원을 대출하면서 선거자금을 마련한 한국당은 돈 걱정이 가장 크다. 최종 득표율이 15% 이상이 돼야 선거비 전액을 보전 받을 수 있고 10%이상 15%미만이면 절반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에 미달하면 한 푼도 받지 못해 파산 걱정까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무시 못하는 중대한 문제지만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나 중도하차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며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만을 바라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당 공동선대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홍 후보와 유 후보 간의 회동을 제안하며 다 꺼진 ‘보수후보 단일화’에 불씨를 붙이려 시도하기도 했다.
두 후보는 그러나 완주 의지가 확고하다. 홍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인 이날 “지금 대한민국은 천하 대란의 위기”라며 안보ㆍ정치ㆍ권력기관ㆍ경제ㆍ복지ㆍ사회ㆍ행정 등 7개 분야 개혁 비전을 제시했다. 유 후보는 “나라를 지킨 영웅을 지키는 나라를 만드는 게 진정한 보수”라며 국가보훈처의 보훈부 격상 등의 보훈 공약을 발표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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