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정체ㆍ사드 후폭풍 여파에
中서 3개월간 영업손실 67억원
美ㆍ유럽 진출 ‘플랜B’ 마련 나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주력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내수와 해외시장에서 모두 활로를 못 찾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에잇세컨즈는 부진한 내수 시장을 피해 올해 중국시장 진출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사드(THAD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 여파로 다시 국내 시장 공략으로 유턴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 전략 수정에 나섰다.
16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제조ㆍ유통 일괄화 의류(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영업 3개월 동안 137억원 매출에 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측은 “매장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했지만, 패션업계는 “삼성이 중국 진출을 전사적으로 추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출도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분은 지난해 에잇세컨즈 중국 진출을 앞두고 에잇세컨즈 사업부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앞서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와 라베노바 등의 철수를 결정하고, 고객층이 겹치는 브랜드를 통폐합하는사업 구조 재편에도 나섰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것은 내수시장에 포커스를 맞춘 사업구조와 조직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내수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렵자 중국 시장 진출로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부분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90억원과 45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안으로 삼았던 중국 시장 진출도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중국 패션시장도 성장 정체기에 진입한데다가, 사드 문제로 한국 상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한 이랜드도 현지 패션시장 성장 둔화로 고전 중”이라며 “삼성이 너무 늦게 중국 시장에 진출한 데다, 사드 변수 등으로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낀 삼성도 최근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플랜B’ 마련에 나섰다. 에잇세컨즈 중국 진출 지원에 주력했던 해외사업지원이 최근 ‘준지’와 ‘구호’ 등 다른 브랜드의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에잇세컨즈 사업부도 올해 중국 보다는 국내에 점포를 추가하는 쪽으로 사업 계획을 수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에잇세컨즈의 중국 추가 출점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지만 국내에선 4개 이상의 점포를 추가로 낼 것”이라며 “준지와 구호 등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은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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