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절대 권력을 장악하고 장기 집권의 길을 열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현지시간) 터키 전역에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전환할지를 묻는 국민투표의 개표가 90% 이상 이뤄진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통령제 전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FP 통신은 터키 국영 통신사인 아나돌루 통신을 인용해 이날 오후 7시 개표 90%가 이뤄진 상황에서 대통령제 전환 찬성의견은 52.7%로, 반대 의견(47.3%)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고 보도했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이번 달에 시행된 여론조사 15건 중 10건에서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높았으나 부동층이 많아 실제 투표에서는 박빙으로 찬반이 갈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이 주도한 개헌안은 국가 수반을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개헌안은 총 18개항으로 이뤄져 있는데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모든 장관 임명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행정명령 제정 ▦국가 비상사태 선포 ▦고위 재판관에 대한 압도적 임명권 행사가 가능해지는 등 대통령이 입법ㆍ사법ㆍ행정 3부를 초월한 사실상 절대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다만 대통령에게 형사 면책특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5년으로 일치시키고 한날 동시에 선출하는데 대통령은 1회 중임이 가능하다. 새 헌법에 따른 대선은 2019년에 시행되므로 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신헌법에 따라 치르는 첫 대선과 2024년 대선에서 모두 승리하면 이론적으로 2029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 의원내각제에서도 실질적으로 1인자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개헌안이 최종 통과되면 이 지위가 공식화하고 권한은 더욱 강화된다. AKP는 개헌이 되면 국가의 안정성이 제고돼 국가발전을 가속할 것이라고 선전한 반면,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등 야당은 개헌이 에르도안 대통령 '1인 통치'를 고착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터키가 사실상 ‘1인 독재’ 로 들어설 경우 다른 회원국들의 터키 가입 동의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국민 투표에 앞서 각국 헌재의 협의체인 베니스위원회는 터키 개헌안에 대해 “터키의 입헌민주주의 전통을 거스르는 위험한 시도로, 전제주의와 1인 지배에 이를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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