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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포스트 박성현' 증명한 장수연에게서 풍긴 전인지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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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포스트 박성현' 증명한 장수연에게서 풍긴 전인지의 향기

입력
2017.04.1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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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연/사진=KLPGA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이틀 동안 보기 없이 무려 16개의 버디를 쏟아낸 관록의 크리스티 커(39ㆍ미국)에게 역전을 당했지만 장수연(23ㆍ롯데)이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왜 한국에서 '포스트 박성현(24ㆍKEB하나은행)' 주자로 꼽히는지를 증명하며 장밋빛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장수연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 코올리나 골프장(파72ㆍ6,39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ㆍ약 22억9,000만원)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에 그쳤다.

전날까지 2위권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비회원 우승을 꿈꿨던 장수연은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가 되며 커(20언더파 268타)에게 역전 우승을 내줬다. 장수연으로서는 6번 홀(파4)에서 대회 첫 보기를 범한 뒤 8번 홀(파3) 더블보기로 무너진 것이 뼈아팠다. 전체적으로는 아이언 샷이 흔들렸다. 이날 18번의 그린 공략 중 8번을 실패했다. 완벽한 경기 운영으로 차근차근 쫓아오는 커와 동반 라운딩을 벌이며 아직 신예로서 고비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나 시행착오는 겪는다. 그런 측면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과거 실력에 비해 운이 따르지 않는 불운의 아이콘처럼 통했던 그가 지난해 멋지게 되살아난 것처럼 이번 준우승을 계기로 장차 꿈인 미국 무대에서도 전매특허인 공격적인 퍼팅이 빛을 발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렸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장수연은 2010년 9월 현대건설 서울경제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을 앞뒀으나 경기 종료 후 규정 위반으로 2벌타를 받고 치른 연장전 끝에 패한 뒤 지독한 무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정상급 기량을 자랑했지만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던 그는 지난해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73개 대회 동안 준우승만 세 번을 했다. 징크스를 깨기 무섭게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도 집어 삼켰다. 2016년 시즌 2승에다 평균 버디 7위(3.45개)ㆍ버디율 7위(19.16%)ㆍ평균타수 9위(71.24타) 등 고른 활약을 보이며 상금 랭킹 3위에 올랐다. 공격적인 퍼팅이 강점인 그는 이글 부문 1위(8개)에도 올라 일약 포스트 박성현 주자 중 하나로 떠올랐다.

후원사인 롯데 대회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점도 이채롭다. 작년 롯데마트 여자 오픈 우승 뒤 LPGA 롯데 챔피언십에 초청 선수로 나가 5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9일 끝난 롯데 렌터카 여자 오픈에서 공동 22위로 주춤했으나 이번 대회 다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장수연은 2년 연속 대회 톱5 진입에 대해 "바람이 강한 하와이의 기후 환경에서 낮은 탄도의 샷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수연과 함께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인 전인지(23)와 8언더파를 몰아친 리디아 고(20ㆍ뉴질랜드ㆍ한국명 고보경)가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장수연과 전인지는 보성 득량중과 함평 골프고를 함께 다닌 절친이다. 앞서 전인지는 LPGA 투어 정식 멤버가 아니었던 지난 2015년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장수연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준우승으로 올 시즌 국내 대회에서 맹활약할 동력을 얻었다.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친 유소연(27ㆍ메디힐)은 단독 6위로 또 한 번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아마추어 최강자인 여고생 기대주 성은정(18)은 10언더파 278타로 허미정(28ㆍ대방건설)과 함께 공동 16위에 올랐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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