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해외석학 칼럼] 시리아 폭격으로 애국심 끌어낸 트럼프

입력
2017.04.16 14:28
0 0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직한 첫 11주일 동안 제대로 작동한 것은 전혀 없는 듯하다. 연방법원은 이슬람권 6개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려는 트럼프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만든 건강보험인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려는 시도 또한 실패했다. 공화당 온건파와 강경파 모두 트럼프 대체법안에 불만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한쪽은 대체법안이 너무 가혹하다고, 다른 한쪽은 너무 온정적이라고 여겼다.

게다가 트럼프 핵심 측근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사임했다. 유력신문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를 거짓말쟁이라며 공격해 왔다.트럼프 지지율은 35%까지 떨어졌다. 취임 초 대통령 지지율로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는 전격적으로 시리아 공군기지에 5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명령했다. 미국은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이 수년 간 끔찍한 폭격과 고문을 자행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시리아인을 미국 난민으로 받아들이길 단호히 거부했고,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아사드를 쫓아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 트럼프가 화학무기 공격을 받아 입에 거품을 물고 숨진 어린이 사진을 보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순식간에 트럼프가 준비 없이 진행한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백악관을 정치적 혼란과 소용돌이에 빠뜨렸던 오바마 케어도 완전히 잊혀졌다. 트럼프가 집권한 순간부터 그를 공격해 대던 뉴욕타임스는 거의 모든 칼럼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게 멋진 교훈을 준 군 통수권자의 단호함에 애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만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가 트럼프 행정부는 도덕적 리더십으로 향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의 군사적 조치를 환영했다. MSNBC의 앵커맨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미사일 공격 장면을 보고 흥분해 “아름답다(Beautiful!)”고 외마디를 질렀다.

아사드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군기지 폭격이 제대로 된 전략은 아니며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지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토마호크 폭격은 트럼프의 정치적 난제들에 대한 관심을 딴 데로 돌렸다.

트럼프는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제대로 모르는 듯하다. 그는 외교 정책에도 극히 무지해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통적 미디어를 교묘히 조종해 자기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그는 뉴스를 장악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리얼 TV의 스타이자 정치인, 트럼프 브랜드의 경영자로서 그의 목적은 시종일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인한, 그리고 가장 큰 권력과 인기를 지닌 남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끝없는 전쟁에 환멸을 느낀 수백만 미국인들의 두려움과 분노에 다가가는 하나의 방법은 국제무역과 국제기구, 특히 해외에서의 군사적 충돌 등 국제관계에서 개입주의를 포기하고 미국 이익을 최우선 하는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약속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나는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며, 세계의 대통령이 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강인한 남자로 인정 받고 싶은 내심의 목적을 이룰 최선의 방법을 우연히 찾았다. 바로 군사적 조치다. 트럼프 케어 등을 통해 자신이 위대한 대통령임을 과시하려던 시도는 흔들리고 있지만, 그에게 정말로 중요한 대중매체에서는 군 통수권자로서 큰 승리를 얻었다.

미국 국민은 조지 부시가 일으킨 전쟁에 신물이 나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토마호크 공격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한 가지를 분명히 했다. 애국적 의무의 발로일지라도 군 통수권자가 해외에서 적과 맞설 때는 국민이 그를 지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아사드 정부의 독가스에 노출된 불쌍한 아이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은 도덕적 리더십의 표현이며, 그것에 의문을 갖는 것은 비애국적이고 부도덕하다.

트럼프의 토마호크는 중동분쟁을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래도 그는 국내에서 중요한 승리를 얻었다. 많은 비평가들 눈에 트럼프는 이제 대통령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그는 공화당 내부의 심각한 균열을 바로잡을 것이다. 트럼프의 맹렬한 반대자들 중에는 부시의 이라크전쟁을 부추겼던 신보주주의자들(네오콘)이 있다.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선언에 질색했던 그들이 이제 트럼프를 지원할 것이다.

트럼프는 아직도 정교한 외교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한 독재자 김정은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으로 트럼프를 화나게 만든 아시아는 물론 중동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제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공격은 시리아와는 달리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도덕적 손상을 이미 회복됐다. 앞으로 더 좋은 기회를 맞을 것이다.

이언 부르마 미국 바드칼리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