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열병식서 대거 과시
화생방 특수부대도 첫 공개
북한이 1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KN-14)과 북극성을 비롯한 전략 미사일을 대거 공개했다. 대신 과거 열병식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구형 스커드 BㆍC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은 자취를 감췄다. 북한을 옥죄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조치에 맞서, 미 본토와 해외 주둔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맞불 차원의 대응으로 보인다.
이날 열병식에서 가장 관심을 끈 무기는 마지막에 등장한 신형 ICBM 추정 미사일이다. 북한은 2012년 4월 15일 열병식에서 KN-08, 2015년 10월 열병식에서 KN-14로 명명한 ICBM을 처음 공개했는데, 이번에 등장한 미사일은 기존 ICBM보다 길이가 더 길다. ICBM은 사거리가 1만㎞를 넘어 미 본토를 직접 겨냥한 무기로, 모두 이동식발사차량에 실어 옮겨 다니면서 쏠 수 있기 때문에 한미 정보자산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북한은 또 기존에 공개한 KN-08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도 함께 공개했다. 군 소식통은 “이번에 등장한 미사일은 외양과 길이가 달라진 점에 비춰 새로운 ICBM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시험발사를 거친 ‘북극성 계열’ 미사일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은 지난해 8월 수중발사에서 500여㎞를 날아가 발사성공으로 평가 받았고, 올해 2월 지상에서 발사한 ‘북극성 2형’도 500여㎞를 비행해 안정적인 기술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극성 시리즈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번 연료를 주입해놓고 언제든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반면 기존의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하기 때문에 한미 정찰위성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또 기존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린 스커드-ER 미사일도 이번에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달 동해로 4발을 발사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진 미사일이다. 반면 이미 전력화를 끝내고 수 차례 열병식에서 노출한 스커드 BㆍC나 노동 미사일은 아예 제외했다. 미사일의 양보다는 질과 성능으로 승부한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은 모두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신형 ICBM과 KN-08 개량형(사거리 1만㎞ 이상)은 미 본토, 북극성(사거리 3,000㎞ 이상)은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거점인 괌 기지, 스커드-ER(사거리 1,000㎞)은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칼빈슨 항모전단을 다시 한반도에 투입하고, 선제타격을 거론하며 대북 압박수위를 높이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외에 북한은 흰색 방호복을 입은 화생방 특수부대도 처음 공개했다. 미국이 사린가스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군을 폭격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북한은 최대 5,000톤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대남침투 특수부대인 525부대(우리의 707부대)가 야간 투시경과 신형전술조끼로 무장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전에는 없던 장면이다. 청와대 타격을 비롯한 최근 북한의 대남위협이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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