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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촛불의 숨은 공신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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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촛불의 숨은 공신들, 감사합니다”

입력
2017.04.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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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3주기 22차 범국민행동의날’을 마지막으로 장장 7개월간에 걸쳐 이어져 온 촛불집회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해 10월 29일을 시작으로 거의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열려 15일로 22차를 맞이한 촛불집회에는 수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이 중에서도 무대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빛나기보단 자신의 자리에서 수고했던 ‘촛불집회의 숨은 공신들’을 뽑아 직접 만나봤다.

명불허전 최순실 코스프레 연극인 김한봉희

최순실 코스프레로 인기몰이를 한 연극인 김한봉희(35)씨는 “그저 제가 재미있겠다, 싶어 나왔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의미가 깊다”며 웃었다.

최순실 코스프레지만 표정에 제일 중점을 두느라 분장은 거의 하지 않았다던 김한씨는 퍼포먼스가 이슈가 된 다음부터 주변 사람들의 깨알같은 훈수를 받기 시작했다. 이구동성으로 사람들이 지적한 것은 바로 '두꺼운 아이라인'이 필요하다는 것. 김한씨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시는 분들이 '눈을 좀 더 강조해야 한다'고 하셔서 그 자리에서 수정화장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퍼포먼스를 위해 광장에 나오면서 김한씨는 달라지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쭈뼛쭈뼛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신기해하고 사진은 찍는데 가까이는 못 다가오시는 거에요. 그런데 그 다음주에는 절 보는 눈빛이 편안해지고, 또 그 다음주에는 한 마디씩 하시고. 그 다음주에는 저를 보고 때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런 변화들을 보면서 저의 퍼포먼스를 통해 모인 사람들은 자신의 힘을 발견하고 있는 거구나, 촛불이 이렇게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수능 금지곡’ 등극한 ‘하야가’ 부른 싱어송라이터 임한빈

광장에는 노래가 빠질 수 없다. 이번 촛불집회에서도 주옥같은 '하야송'들이 탄생했다. 그 중 민요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가'를 부른 싱어송라이터 임한빈(32)씨는 거의 매번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도 스피커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괜히 민망해져 보는 사람 하나 없는데도 얼굴을 가리곤 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해 11월 12일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 100만명이 모인 촛불집회를 잊을 수 없다. “그 날 광화문 광장부터 서울시청까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는데 저는 광화문 사거리 즈음에 서 있었어요. 다같이 함성을 지르기로 했지만 방송 오류로 시청에서부터 먼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서 광화문 광장 쪽으로 울려 퍼지더군요. 파도치듯 울리는 함성소리에 우리가 이번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임씨는 그날 광장에 울려퍼진 ‘하야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함성을 지르기 전에 촛불 흔드는 퍼포먼스를 하는데 그때 하야가를 틀어주더라구요. 스피커로 제 목소리가 들리는데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촛농 제거 봉사활동 참가한 학생들 김승연 이수연 김나영

토요일 저녁, 촛불 집회 현장에서 뜨겁게 치켜들었던 촛불. 길바닥에 떨어진 백만인 분의 촛농들은 어떻게 매번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을까. 그 뒤에는 일요일 오전마다 광장에 나와 촛농 제거 봉사활동을 한 100여명 시민들의 손길이 있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들은 “촛불집회 촛농제거 활동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일이라 참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쉽고 간단한 작업이라 힘들진 않았다며 손사레를 치던 이들은 “1월 즈음 촛농제거를 했을 땐 너무 추워서 발바닥에 동상 걸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라며 웃었다.

봉사활동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순간으로 김승연씨는 “처음에는 하기 싫은 얼굴, 귀찮은 내색으로 하나씩 쓰레기를 줍던 분이 계셨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엄청 열심히 줍고 계셨던 게 인상적이었다”고, 김나영씨는 “쉬는 시간에 봉사자들과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지하철역에서 먹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원래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이수연씨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참여와 실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치’라고 하면 부정 부패 비리 이런 것 밖에 몰랐는데, 정유라 사건부터 ‘이게 뭐지?’하다가 어느샌가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순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벽 광장에서 자비로 산 쓰레기봉투를 돌린 청년 박기범

7개월간 이어진 촛불집회의 누적 참가자 수가 총 1,600만명(주최측 추산)에 달하게 된 배경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이념이 아닌 상식의 문제였다는 것이 근본적인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 12일 3차 집회부터 자비 33만원을 들여 산 쓰레기봉투 200여장을 촛불집회가 끝난 광화문 광장에서 나눠주고 쓰레기를 치운 박기범(22)씨는 “이번 집회가 정치색이 짙은 집회가 아니고, 사회 깊숙히 박힌 악행이 뿌리뽑히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 집회에 참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나서 마무리가 지저분하면 안좋은 말이 간혹 나오잖아요. 집회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쓰레기 봉투를 사 가게 됐어요”

그는 새벽에 쓰레기 봉투를 나눠주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이슈가 됐고, 시민 추천을 받아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도 참가하게 됐다. “촛불집회 기간동안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박씨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심하게 분열돼 있다고 느꼈어요. 다음 정권에서는 통합을 우선했으면 합니다. 또 하나,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가정이 어려우신 분들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줄어드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촛불위로 두둥실 떠간 ‘진실을 인양하는 고래’ 디자이너 이군섭

이번 촛불집회에서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집회 참여 활동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는 광화문 광장 촛불위로 고래가 두둥실 떠다니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증강현실(AR)로 만들어진 일명 ‘진실을 이양하는 고래’ 화면이었다.

이 작업을 진행한 뉴미디어 디자이너 이군섭씨는 “고래 작업 이후에 예술가들과의 협업 작품 중 세월호 희생자들이 육지로 올라오는 작업도 했는데 그 직후 세월호가 인양이 됐다”며 “제가 참여한 작업들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촛불집회를 통해 디자이너들의 집회 등 사회참여 방법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디자이너는 예술가들에 비해 사회 참여 활동이 적은 편이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이씨는 “’진실을 인양하는 고래’이후 같은 분야의 작업을 하는 분들이 집회에서 자기 목소리 내는 방식이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말년에 광화문 광장 출석체크한 의경 정승환

지난 2월 전역한 정승환씨는 지난해 1차 촛불집회부터 집회관리와 주요시설 경비를 맡아 광화문 광장에 섰던 의무경찰(의경)이었다. 정씨는 서울 금천구의 금천서 방범순찰대에서 복무하다 말년에 촛불 집회를 맞았다. 정씨는 “집회가 절정일 때는 아침 일찍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가 자정이 넘어 복귀하는 경우도 있었고, 대사관 철야근무라도 돌아오면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첫째도 추위, 둘째도 추위를 꼽았던 정씨는 “너무 추워서 핫팩 2~3개를 준비해도 금방 차가워지기 일쑤였다”며 “동료들과 빨리, 그리고 무사히 집회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전역한 정씨는 군 생활을 되돌아보니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보통 편하다던 군 생활 후반부가 정신없이 더 힘들게 흘러갔어요. 이런 역사적인 집회에서 제가 참가자가 아닌 경찰 쪽에 있어서 오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정씨는 광화문 광장에서 핫팩과 간식거리를 쥐어주던 시민들도 기억에 남았다 말했다. “시민들께서 저희에게 고생한다고 하시며 핫팩 등을 주시는데 사소한 거지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그걸 표현하면 안되니 속으로만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들에게 각각 촛불집회의 숨은 공신들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촛불집회의 숨은 공신들이 선정한 또다른 숨은 공신들은 다음과 같다. ▦세월호 돌고래 풍선을 만들고 동거차도에 세월호 가족을 위한 ‘돔 텐트’를 만든 건축가 김영만씨 ▦촛불 시민들에게 커피 등을 나누어준 주변 상인들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 공연을 총괄한 김지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프로듀서 ▦무대를 꾸민 음향팀 ▦'하야체조'를 만든 예술행동단 '맞짱' ▦ 안전한 집회를 위해 시작 전부터 끝까지 교통 통제를 한 교통경찰 ▦촛불집회가 끝난 새벽까지 일하는 환경미화원 분들. 그리고 기꺼이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어줬던 여러분.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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