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측, 安부인 의혹 집중 제기
“文ㆍ安 진짜 적이 됐구나” 실감
安측 “뜨니까 당내 결속 최고”
삐딱하던 중진들도 한몸으로
드디어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2012년에 이어 숙명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리턴매치 얘기다. 처음엔 가벼운 잽이 오가더니 최근에는 묵직한 펀치들도 날아들고 있다. 안 후보가 다자구도에서도 1위에 올랐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안 후보의 급부상 이후 달라진 양 캠프의 분위기와 여론조사 추이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듣기 위해 야당팀 기자들을 카톡방에 초대했다.
불타라 청춘(이하 불청)=안 후보 지지율이 문 후보의 턱밑까지 따라왔는데.
강백호(이하 강백호)=문재인 캠프(이하 문캠)에서는 ‘올 것이 왔다. 그러나 너무 빨리 왔다’는 위기의식이 있어요. 다만 최근 올라간 안 후보의 지지율은 ‘보수 유목민’의 떠 있는 여론이고, 아직 선호도에 머물러 있다는 논리로 위안을 삼는 분위기. 이들이 진짜 투표장에 갈지는 아직 모른다며 ‘쉴드’를 치고 있지만, 본인들도 어찌될지 모르긴 마찬가지죠.^^
춘래불사춘(이하 불사춘)=요즘엔 문캠에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뭘 해야 하지”라고 묻는 모습이 많아졌어요. 선거 직전이라면 손도 못 쓰고 당했을 텐데 예방주사를 맞아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봄 대선 야근 말고(이하 야근말고)=안철수 캠프(이하 안캠)에서도 예상보다 빨리 후보가 뜨자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아요. 당분간 지지율 조정이 있을 것이고, 문캠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고. 그래도 당직자들 얼굴에 희색이 만연한 건 사실. ㅎㅎ
불청=지지율 급등 이후 달라진 안캠 내부 분위기는.
야근말고=안 후보를 측근에서 보좌하는 한 관계자 왈. “뜨기 전에는 오라 해도 안 오더니, 이젠 알아서 줄 서고 연락이 하도 많이 와 정신이 없다.” 얼마 전만 해도 “문캠이 저인망에 쌍끌이로 인재를 끌어가 씨가 말랐다”고 한탄했었는데. 안희정 지사 캠프에 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을 정책특보로 영입하는 등 캠프에 들어오려고 줄 서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분위기라고.^^
불청=‘안풍’으로 인해 문캠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고.
불사춘=우선 편가르기 용어를 순화했죠. ‘적폐청산’보다는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이런 식으로. 안 후보를 적폐연장 세력이라고 규정했는데, 안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보수층도 적폐로 몰아버리는 셈이 돼 중도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본 거죠.
강백호=선거에선 적은 최소화, 아군은 최대화해야 하는 법. 유권자의 절반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죠.
야근말고=안캠에선 적폐 단어 사용에 대해선 매우 민감합니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이를 비꼬아 문 후보 관련 기사에 “충청 적폐 한 명 추가요” “강원 적폐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이런 식의 댓글도 달죠. ㅎㅎ
불청=네거티브도 격화됐죠.
불사춘=안 후보 연관검색어에 며칠간 조폭, 신천지, 설희(딸) 이런 게 달렸잖아요. 실검 1위도 하구요. ‘민주당이 대신 내 선거운동을 해준다’고 안 후보가 농담을 하더군요.
강백호=하지만 검증 수준은 아직 미약해요. 2012년 대선 때 보수 언론이 ‘안철수 검증’ 때 썼던 기사들을 검색해 재탕하는 수준이랄까.
불사춘=오히려 네거티브가 안 후보 정책의 구체성 결여를 가려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불청=그래도 민주당 소속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의원들이 안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의 특혜채용 의혹을 집단적으로 제기한 걸 보니 이제는 정말 동지에서 적으로 바뀌었구나 실감.^^
강백호=선거에서 동지는 없죠. 일단 이겨야 하니까. 12일 본보 주최 한국포럼 행사에서도 두 사람이 냉랭한 표정을 감추지 않아 입길에 올랐죠. 두 사람이 악수할 때도 보니 안 후보가 손의 힘을 꽉 쥐더라고요. 은근한 신경전이랄까. ㅎㅎ
야근말고=2014년 12월 안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을 나갈 때와 데칼코마니입니다. 당시 ‘화성에서 온 문재인, 금성에서 온 안철수’라고 했는데 같은 한국어를 쓰지만 말하는 지향점과 방식이 달라 회동만 하면 항상 잡음이 났죠.
불사춘=5년 전 후보 단일화 때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는 앙금 같습니다. 서로 기득권 세력, 적폐연장 세력이라고 비판하는데 좋아하기 쉽지 않겠죠. 그런데 근데 두 후보 모두 욕하고 싸우는 스타일은 아니라 불편한 관계가 얼굴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불청=두 후보의 리턴매치에 대해 중간 평가를 하자면.
야근말고=안캠 결속력은 창당 이후 최고조로 보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분당사태 때부터 당을 출입했지만, 항상 삐딱했던 중진 일부와 소장파 의원들까지 한 몸으로 움직이는 건 아마도 처음 보는 광경인 듯 합니다.^^
불사춘=보수 진영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가 없다면 두 후보만의 평평해진 운동장에서 ‘진검 승부’가 시작되었다고 할까.
강백호=사실 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떴고, 안 후보는 문 후보 때문에 떴죠. 둘 다 반사이익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비전 경쟁을 본격화할 때.
불청=남은 기간 양 캠프의 핵심 전략은.
강백호=‘문재인은 밉지만 안철수는 불안하다’. 문캠에선 안 후보의 불안정성을 극대화시킬 계획. 검증에 드라이브를 거는 거나 ‘40석 의석 갖고 안정적 국정운영을 할 수 있나’고 공세 펴는 것도 같은 차원. 캠프 핵심 인사는 이렇게 말하죠. “IMF 위기 때 보수가 빨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찍었다. 안정적으로 국정운영 할 사람이 적임자라고 본 것이다. 문재인이 아무리 미워도 막상 투표장 가면 안철수를 찍을 수 있겠나.”
야근말고=안 후보를 중간 평가하자면 75점 정도. 경선 흥행을 전국적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시킨 점, 호남에서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점, 딸 문제 등 네거티브 공세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점은 긍정적. 유치원 발언 등의 정책적 실수, 정권운영 능력 부족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점 등은 감점 요인이고. 최근 안 후보를 인터뷰하기 전 안캠 관계자들이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것 다 물어봐. 딸 문제든, ‘1+1’(김미경 교수 동반 채용) 문제든, 유치원 발언이든 해명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이거 저거는 좀 빼자’고 말하는 게 통상인데, 확실히 한 달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 ^^
불사춘=기존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제3지대나 상대 진영의 인재 영입 등을 통한 이벤트 정도를 기획하고 있지 않을지. 검증도 계속될 테지만, 절박하게 끝까지 버티는 자가 승리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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