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 KGC인삼공사의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35ㆍ203㎝)은 김승기(45) 감독이 가장 ‘믿는 구석’이다. 평소 김 감독은 듬직하게 골 밑을 지키는 사이먼을 두고 “예뻐죽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반면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유재학(54) 울산 모비스 감독에게는 머리 아픈 존재다.
온갖 수비로 사이먼을 막아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유 감독은 “도대체 KGC인삼공사에서 무엇을 (사이먼에게)먹였는지,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말을 전해들은 김 감독은 “뭐가 있겠나. 홍삼 때문이지”라며 웃었다. KGC인삼공사는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홍삼을 선수들에게 원 없이 제공한다.
홍삼의 힘을 앞세운 사이먼이 1, 2차전에 이어 3차전도 장악했다. 사이먼은 1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KCC 프로농구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3차전에서 33점 16리바운드로 활약하며 팀의 70-61, 9점차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에서 발목을 살짝 삐끗했지만 33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고, 2차전에서 29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한 사이먼은 3차전에서도 모비스의 골 밑을 거침 없이 공략했다. 또 키퍼 사익스는 14점 5어시스트로 지원 사격했다.
이로써 3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낸 KGC인삼공사는 2012년 우승 이후 5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선착했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노리는 KGC인삼공사는 서울 삼성-고양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 대결 승자와 오는 22일부터 7전4승제의 챔프전을 치른다.
이날 양 팀은 극심한 슛 난조 속에 전반전을 마쳤다. 25-24로 앞선 채 3쿼터를 시작한 KGC인삼공사는 사이먼이 허버트 힐을 앞에 놓고 연속 득점하며 32-27로 달아났다. 3쿼터 중반 43-39에서 사익스가 골 밑에서 패스해준 공을 사이먼이 득점했고, 반칙으로 얻은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켜 46-39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 양희종의 자유투와 이정현의 골 밑 슛까지 더해 49-39, 두 자릿 수 점수 차를 만들었다.
그러나 모비스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김수찬의 2점에 이은 추가 자유투, 네이트 밀러의 스틸에 이은 전준범의 3점슛으로 50-54로 따라붙었다. 4쿼터 5분21초를 남기고는 양동근에게 3점슛을 내주며 57-59, 2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게다가 오세근이 5반칙 퇴장 당하며 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순간 사이먼이 해결사로 나섰다. 사이먼은 연속 4득점에 이어 호쾌한 투핸드 덩크슛까지 성공해 65-57을 만들었다. 여기에 이정현의 쐐기 3점포까지 적중하며 68-57로 승기를 잡았다. 모비스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원주 동부에 내리 3연승을 거뒀지만 4강 플레이오프에서 3연패를 당하며 올 시즌을 마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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