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디지털 성폭력 고발단체인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이 시민입법플랫폼 ‘국회톡톡’에 제안한 ‘몰카판매금지법’을 정식으로 검토한다. 국회톡톡은 일정 수 이상의 시민이 참여하면 국회의원에게 입법 참여 제안을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의원과 남인순 의원이 국회톡톡의 제안을 받고 몰카판매금지법 입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DSO가 지난 6일 제안한 이 법은 현재까지 1만5,589명의 시민이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DSO는 “지난해 몰카 확산지였던 소라넷이 폐쇄됐지만 우리 주변의 몰카는 사라지지 않았다”며 ▦몰카 구매에 대한 전문가 제도 마련 ▦몰카 구매자 관리 시스템 도입 ▦전문가 외 몰카 소지 불법화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인식 개선 의무교육 등을 제안했다.
지금 국회는 51명의 여성 의원이 있는데 당선자비율로 따지면 17%다. 여성의원 비중은 국제의원연맹의 평균 여성의원 비율 22.7%에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 국회 사상 가장 많다.
그만큼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 현 20대 국회 개원 직전 터진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 혐오 범죄 등의 영향도 컸다. 그래서 현 국회 출범 후 1호로 발의된 법률안은 ‘스토킹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었다. 개원 11개월째를 맞은 제 20대 국회에 발의된 여성범죄 관련 법안들을 살펴봤다.
‘스토킹 범죄 처벌’ 20대 국회 1호 법률안…현재 총 4건 상정돼
남성이 이별한 여성을 쫓아다니다가 살해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스토킹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행법상 스토커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경범죄 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 뿐이다. 따라서 스토킹 행위를 규정하고 벌금 10만원 이하에 불과한 처벌을 강화하며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새로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상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다시 발의한 것이다. 대표발의자 남 의원 등 12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스토킹을 제대로 규정해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 및 재판시 피해자를 배려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도 지난해 9월 이 법안에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예방 등의 근거를 보강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지난해 11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전체 회의에 상정됐다. 지난해 10월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도 스토킹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조치 를 규정한 '지속적 괴롭힘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밖에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 등 과거 새누리당 의원 10명도 지난해 9월 ‘스토킹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총 4건의 스토킹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그만큼 역대 어느 국회보다 스토킹 범죄 관련법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명예훼손죄 ‘리벤지 포르노’도 성폭력으로 처벌토록
지난해 6월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폐쇄는 공권력이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몰래 카메라 범죄의 심각성을 수면 위로 드러낸 사건이다. 소라넷은 과거 연인이었다가 헤어진 사람들이 이성과 촬영한 영상 등을 일방적으로 유포하는 보복성 사생활 촬영물 즉, 리벤지 포르노의 온상이었다. 현행법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해 유포한 경우에만 성폭력으로 처벌한다. 따라서 본인이 촬영에 참여했으나 동의없이 유포된 리벤지 포르노는 명예훼손죄로만 처벌이 가능해 피해 예방이 어려웠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지난해 9월 발의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타인의 신체 뿐 아니라 본인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물 유포에 대해서도 성폭력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이를 영리 목적으로 유포한 경우를 구분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차 피해 야기하는 ‘무고수사’는 성폭력 수사 종결 후로”
성범죄는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 수사기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고를 꺼리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수사기관이 무고죄를 의심할까봐 걱정한다. 여성가족부의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1.5%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고 이 가운데 1.1%만 경찰에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
용기를 내서 신고해도 자칫 잘못하면 가해자에게 무고죄로 고소 당할 수 있다. 무고죄로 고소당한 피해자들은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피해자들이 무고죄로 고소당하는 2차 피해를 우려해 무고 수사를 성폭력 사건 종결 후로 미뤄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1월 성폭력 범죄 수사 중 무고 수’를 사건 종결 후로 미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과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피해자의 과거사를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거나 이를 근거로 심문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발의되자마자 거센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반대측은 악의를 품은 여성이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남성을 고소해 몇 년씩 재판을 벌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찬성측은 성범죄 피해자를 ‘꽃뱀’으로 모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인권을 지키려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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