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선거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둔 14일 대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간 중립지대에서 통합정부 구성을 논의해 오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홍석현 전 중앙일보ㆍJTBC회장에 이어 정 전 총리까지 불출마하면서 ‘제3지대’, ‘빅텐트’ 논의의 불씨는 사실상 꺼졌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을 내놓고 “19대 대통령 선거의 대장정을 멈추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 모두가 잘사는 동반성장국가를 만들기 위해 변함없이 헌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월 “대한민국을 동반성장국가로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정 전 총리는 “국민이 바라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되려면 국민에게 더 구체적이고 직접 피부에 와 닿는 동반성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정파 간 이해관계에 함몰돼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데 절실한 동반성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통합정부ㆍ공동정부 구성의 불가피성도 거듭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의 교체만이 아니라 타성에 젖은 기성정치를 함께 바꾸는 시대교체며 나뉘고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국민통합의 정치”라며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릴 방안은 여러 정파가 참여하는 공동정부의 수립이다. 이것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는 후보들은 정파의 차이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요청을 앞장서 이끌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전 총리는 조기 대선 판세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 상황에서 ‘제3지대’ 움직임이 탄력을 받기 어렵다고 보고 뜻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만간 문 후보나 안 후보를 선택해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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