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자꾸 공허하고 외로운데 이건 무슨 병이죠.”(민원인)
“그건 병이라기보다는 현대인이 모두 가지고 있는 문제 아닐까요. 오늘 3월의 마지막 ‘불금’을 즐겨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전문상담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하는 ‘1399콜센터’의 24시간 카카오톡 문자상담 서비스가 전문 상담원들의 재치 있고 친절한 답변으로 눈길을 끈다. 엉뚱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응답하는 고객 상담으로 이름을 알린 해충 방제기업 세스코를 연상케 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1339콜센터는 대국민 감염병 전문 상담과 감염병 의심환자 전화 신고를 받는 것이 주 업무다. 간호사 면허소지자 또는 보건ㆍ의료분야 학위소지자 13명이 3교대로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는데, 올 1월부터는 카카오톡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곳의 상담원들은 감염병이라는 원래 영역을 벗어난 상담 요청이나 다소 짓궂은 질문에도 친절하고 성실하게 응대해 민원인의 호평을 받는다. 가령 군 입대를 앞두고 ‘건선’증세를 보이는 민원인의 질문에 상담원은 “저희가 응답할 부분은 아니다”라며 병무청 연락처 등을 일단 안내한 다음, “저희 가족은 건선에 알로에가 효과가 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군생활 무사히 마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런 작은 배려에 민원인은 “이쪽 상담 계열이 아닌데도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다. 감동 받았다”고 호응했다. 만성 피부질환인 건선은 전염성이 없어 감염병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담원님도 마음이 공허할 때가 있냐”고 묻는 또 다른 민원인의 상담 요청에는 “저도 가끔은 그렇다. 이번 주말엔 비가 올 수도 있지만 날씨가 좋은 날엔 등산하는 걸 추천한다”며 재치 있게 응대했다. 물론 인플루엔자나 일본뇌염 등 감염병 관련 정보를 묻는 질문에는 전문성 있는 응답을 내놓는다.
질병관리본부는 14일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서울 영등포구의 콜센터 사무실을 방문해 전문상담원들을 격려했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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