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 기관에
매년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엄포
도우미들 수당ㆍ연차휴가 못 챙겨
한 달 손에 쥐는 건 100만원 안팎
“일거리 줄어들라” 목소리도 못내
장애인들의 이동이나 가사를 도와주는 5만8,000여명의 활동보조인이 소속된 전국 활동지원기관 756곳에 올해 초 어김없이 보건복지부의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안내 지침’이 내려왔다. ‘활동지원인력과 활동지원기관의 장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조건 등 근로자 보호 관련 법령상 내용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관련 법령도 여러 개 나열했다.
그런데 하루 8시간씩 주5일 꼬박 일하는 활동보조인은 한달 손에 쥐는 게 100만원 안팎이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주휴(週休)수당, 연차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내려 보내는 예산으로는 어림없는 탓이다.
13일 장애인 활동지원기관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4년부터 법정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 기관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근로기준법 준수’를 강조하는 지침을 4년째 일선에 내려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위한 필요 예산은 주지 않으면서 지침만 내려 보내는 이율배반적 모습”이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경기 수원에서 10년째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양명자(61ㆍ여)씨는 31세 남성 장애인 2명을 담당하며 하루 8시간씩 주5일 일하고, 늦은 저녁이나 주말 일도 잦다. 하지만 손에 쥐는 건 월 100만원 안팎이다. 주휴 수당, 시간외수당, 연차 휴가는 받아본 적이 없다. 양씨는 “처우가 열악해도 60대 여성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많지 않다”면서 “활동보조기관에 합법적인 수당을 요구하면 일거리를 적게 줄 수 있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활동지원기관들이 활동보조인을 일방적으로 착취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올해 기준으로 활동지원기관에 주어지는 시간당 장애인 활동보조 수가는 9,240원. 이중 활동보조인에게 7,040원 이상을 지급하게 돼 있고, 남는 돈을 운영비로 써야 한다. 운영비에서 4대 보험료 사업자분과 배상책임보험료, 활동보조인의 단말기 통신요금, 관리자 급여 등을 제외하면 7,040원을 맞춰주기도 빠듯하다는 것이 활동지원기관들의 주장이다. 이상진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사무총장은 “시간당 수당만 챙겨주고도 적자가 발생해 법인 전입금으로 메우는 기관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2007년 도입 당시 5,250원이던 활동보조인 시급은 올해 7,040원으로 10년간 34.1%(1,790원)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이 3,480원에서 6,470원으로 85.9%(2,990원)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활동보조인 대다수가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수당을 받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 수령액은 최저임금 미만이라는 게 활동보조인들의 주장이다. 김동기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활동지원기관에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하면서도 필요한 예산은 지급하지 않는 것은 큰 책임 회피”라면서 “시간당 서비스 단가를 최소 1만원으로 올려야 현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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