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적극 협력하는 것을 조건으로 양국간 무역 불균형을 한동안 문제삼지 않는 ‘거래’를 제안했고,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항모 칼빈슨호 전단을 한반도로 급파하는 등 북한을 연일 압박하고 동시에 중국에도 ‘독자적 대응’을 운운하며 적극적인 대북공조를 강하게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조작국 미지정을 못박은 것은 이 같은 거래가 실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협에 맞서 미국을 도울 경우 통상협상에서 중국에 더 큰 양보를 할 수 있다는 뜻을 시 주석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예컨대 대중 무역적자 해소 문제를 미국은 덜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노골적으로 대북 압박과 통상카드를 교환하자는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도 미중 교역에서의 적자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인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위대한 협상’을 원한다면 북한 문제를 풀어 주면 된다”고 시 주석을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시 주석은 옳은 일을 하길 원한다. 우리는 아주 좋은 유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통상문제와 북핵공조의 거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이 대북공조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추가도발을 묵과할 경우를 의식한 듯 “(공조가 이뤄지지 않아도) 우리는 혼자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홀로 가는 것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와 함께 가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 주석은 좋은 뜻을 갖고 있으며 미국을 돕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가 그렇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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