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4일 최종 입장 발표 전 전격 만남
막판 합의안 도출 가능성도 솔솔
정부, P플랜 가능성에 비상체제 돌입
개시 땐 신규자금 즉시 투입키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협의를 위해 13일 전격 회동했다. 정부와 산은이 제안한 채무조정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최종 입장 발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 회동이 이뤄지면서 막판 대우조선 해법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대우조선이 초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채권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저녁 서울 모처에서 강 본부장과 만나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이 대우조선 사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14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채무재조정 동참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그간 정부와 산은 등은 대우조선 회사채 50% 출자전환ㆍ50% 3년 후 100% 상환 등 대우조선 구조조정안을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채권자들에게 제안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4월 회사채 상환 유예 및 사채권자 집회 연기를 주장하며 각을 세웠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으로 대우조선의 채무재조정이 실패할 가능성에 무게 중심이 이동한 상태였다. 산은 관계자는 “이날 양 기관 수장들이 만난 것 자체가 상황 호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내일 보다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부실 기업에 국민 노후 자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반대해온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조금씩 바뀌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충분히 검토할 시간 없이 선택만 강요하는 상황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 채무조정안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최다 회사채 보유자인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면 대우조선은 사실상 정부가 신규 자금의 조건으로 내건 모든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채무재조정에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정부와 산은은 21일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할 계획이다. P플랜은 신규 자금 지원을 전제로 진행된다는 점이 기존 법정관리와 다르긴 하지만, 법원 주도의 강력한 채무재조정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후폭풍을 피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을 거부하면 곧바로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지역경제·고용유지를 골자로 한 후속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P플랜 신청을 받은 법원이 2,3일 뒤 개시 결정을 내리면 곧바로 신규 자금을 투입해 협력업체들에게 줄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개시 결정 뒤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때까지 다시 2,3개월을 지체하면 협력업체로부터 자재를 조달하지 못한 대우조선은 곧바로 파산한다”며 “P플랜 신청 직후 신규 자금을 넣어 배를 만드는데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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