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삼성이 최씨의 영향력과 딸 정유라씨의 존재를 언제 인지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2차 재판에서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삼성 전직 임원들의 진술 조서를 근거로 삼성이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면담 직후 최씨와 정씨의 존재를 인지하고 승마 등에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공개한 조서에 따르면 황성수 전 전무는 “박상진 전 사장이 2015년 7월말 독일에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고 와 최씨에 대해 말해줬다. 박 전 전무는 최씨가 ‘VIP(박 전 대통령)와 친자매보다 더 친한 사람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전무가 ‘최씨 딸이 마장마술 선수인데, 그를 포함해 2020년 올림픽을 대비하는 선수들의 독일 전지훈련을 삼성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정씨 때문에 (승마지원)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맞다”고 진술했다. 이어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2차 면담 때) 크게 화를 낸 이후 저희가 정씨에게 지원을 하자 화를 푸신 것으로 보아 그렇게(박 전 대통령이 최씨 부탁으로 이 부회장에게 승마 지원을 요청)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한 장충기 전 사장의 진술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은 “장 전 사장은 ‘나중에야 박 전 대통령이 정씨를 염두에 두고 지시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승마 지원) 당시에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진술한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은 나머지 피고인들 역시 동일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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