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권 없음’ 대검수사 기록 봉인
우병우 등 지휘라인도 함구 ‘판단불가’
13일 열린 대통령 선거 후보 첫 합동토론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이 논란이 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노 전 대통령이 640만 달러 뇌물을 수수할 때 몰랐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정ㆍ관계 로비사건인 ‘박연차 게이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이에 문 후보는 “지금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고 말하는 거냐”며 “아니다. 그리고 그 말에 책임져야 한다”고 역공을 폈고, 홍 후보는 “알았나, 몰랐나. 장부가 있다”고 되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대검 중수부의 정관계 로비 수사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녀들의 집 장만 명목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검찰은 박 회장이 100만 달러를 가방에 담아 청와대에서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간여된 해외 투자 기업에 500만 달러를 송금했던 사실도 수사대상이 됐다. 당시 검찰은 홍콩 당국으로부터 박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인 APC 관련 계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송금내역을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씨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 “투자금으로 받은 돈”이라고 진술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를 근거로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와 연관된 서면 질의서를 보냈고,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답변서를 보냈다. 중수부는 그 해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을 10시간 가량 소환 조사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면목 없는 일”이라며 검찰에 출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몰랐고, 500만 달러는 재임 후에 알았으며 정상적인 투자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부터 20여일 뒤인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은 자택이 있는 봉하 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하는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관련 수사기록은 봉인해 보관 중인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은 수사 기록의 봉인 해제가 없는 이상 진실과 허위 사이에서 떠돌아 다니고 있다고 봐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실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재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박 회장의 진술과 일부 정황만으로 뇌물 거래가 ‘있었다’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1억원 이상 뇌물수수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봉인된 수사기록의 소재와 관련해 대검 반부패부 관계자는 “알지 못하며, 알아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 지휘라인은 임채진 전 검찰총장,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 우병우 전 중수1과장이지만 이들은 모두 수사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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