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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이 곧 부처님 말씀”… 사찰림 가꾸기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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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이 곧 부처님 말씀”… 사찰림 가꾸기 매진

입력
2017.04.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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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공부하고, 공부하며 일하고 다시 일”… 수행정진

서운암, 이달 말 들꽃ㆍ전국문학인ㆍ천연염색 축제 개최

성파스님은 “아는 것을 행동에 옮기기가 어렵지 알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고 일갈했다. 서운암 제공
성파스님은 “아는 것을 행동에 옮기기가 어렵지 알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고 일갈했다. 서운암 제공

통도사 서운암을 찾은 지난 11일 아침 남부지방에는 봄비치곤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매년 이맘때면 지천을 이루는 서운암 들꽃은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22일부터 들꽃축제를 여는 서운암으로선 여간 반가운 비가 아닐 수 없었다.

영축총림 통도사의 수좌로 지난달 말부터는 산중 최고 어른인 방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성파스님을 서운암 무위선원에서 만났다. 세랍 팔순을 앞둔 스님의 미소는 동자승처럼 해맑았다.

-서운암은 언제 와도 ‘천상의 화원’ 같다

“사찰림은 우리나라에서 국유림 다음으로 넓다(서운암은 14만여㎡의 사찰림을 보유하고 있다). 사찰림의 자연환경을 잘 가꾸는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다. 꽃과 나무, 동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접하다 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정화된다. 인위적으로 꾸미는 것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다. 통도사 주지 임기를 마치고 지난 1985년 무렵 서운암에 왔을 때 조경전문가에게 견적을 의뢰해 본 적도 있었다.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에도 놀랐지만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만 힘을 쏟은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아름다운 자연이 곧 부처님의 말씀이다. 종교를 넘어 누구나 아무런 제약 없이 드나들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교화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도량이 아니겠나.”

-도예와 쪽염 등 예술에 조예가 깊으신데

“수행과 예술이 결코 다른 게 아니다. 걷다 보면 발자국이 남듯, 발자국을 남기려고 걷는 것은 아닌 이치다. 출가 전에도 선천적으로 예술적 취향이 어느 정도 내재돼 있었던 것 같다. 출가 후 생활자체가 다 문화와 예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화와 예술에 묻혀 살았다. ‘일하며 공부하고, 공부하며 일하고 다시 일한다’를 신조로 삼았다. 오히려 일을 더 중시해온 것 같다.”

-서운암의 된장이 유명한데

“우리나라에는 집안마다 특유의 된장 제조법이 시어머니에서 며느리에게 대대손손 전수된다. 서운암 된장도 이 같은 방법으로 제조될 뿐 특별한 비법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성을 다해 빚는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성파스님이 개발한 서운암 된장은 각종 인공 조미료 대신 순수 한약재를 첨가해 된장을 끓이면 깔끔하고, 맛이 담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운암 된장은 예부터 농사를 지으며 수행하는 ‘선농일치사상’의 실천을 위해 직접 담근 것이 시작이었다. 대중에게 자연식을 베풀고 사찰의 재원도 마련하기 위해 1998년부터 일반에게 보급하기 시작했다.)

-탄핵과 대선, 북핵 등 나라 안팎이 어지럽다

“(정치인은 물론 국민 모두가) 먼 곳을 보기 보다 가까운 곳을 정확하게 보고,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봐야 할 것이다. 순리대로 살고 행동해야 하는데 이치를 그르치는 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아는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 어렵지 알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非知之難而行之難ㆍ비지지난이행지난)” 스님이 혼돈과 비리로 얼룩진 우리 사회에 온화하면서도 준엄하게 던진 한 마디였다.

성파스님은 월하스님을 은사로 1960년 통도사로 출가, 1971년 통도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총무원 사회부장과 교무부장, 통도사 주지와 중앙종회의원 등을 거쳤다. 요즘도 통도사 서운암 토굴에서 수행정진하고 있는 스님은 오랜 문화포교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민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운암의 4월은 축제로 활짝 핀다

서운암에서는 오는 22일 ‘자연과 문학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제15회 들꽃축제 및 제7회 전국문학인축제가 한국 꽃문학상축제와 꽃시 백일장과 곁들여 서운암(주지 동진스님)과 전국문학인축제 운영위원회(위원장 정영자) 주최로 열린다. 행사는 김용택 시인의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라는 주제의 문학강연과 성파스님의 초대말씀, 백성스님의 통도사학춤 축하공연,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시 퍼포먼스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진다.

29, 30일 이틀 동안은 ‘하늘꽃 다섯’이란 주제로 제5회 천연염색축제도 열린다. 이 축제에는 천연염색 설치미술과 차 시연, 북춤, 경기민요, 산조 등 각종 공연과 염색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은다. 통도사 서운암 주지 동진스님은 “시의 강물도 서운암에 이르면 만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며 “좋은 하루 햇살 속 꽃 숲 마을에 사부대중을 초대한다”고 밝혔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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