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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의 동산 강제징용 사죄비 ‘위령비’로 무단 교체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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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의 동산 강제징용 사죄비 ‘위령비’로 무단 교체돼

입력
2017.04.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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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국립 망향의 동산 내 일제 강제징용 사죄비가 위령비로 무단 교체돼 있다. 망향의 동산 제공
충남 천안의 국립 망향의 동산 내 일제 강제징용 사죄비가 위령비로 무단 교체돼 있다. 망향의 동산 제공

충남 천안의 국립 망향의 동산에 20여년 전 세워진 ‘일제 강제징용 사죄비’가 최근 ‘위령비’로 무단 교체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13일 망향의 동산과 천안서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망향의 동산 내 무연고 유골 화장묘역 내에 있는 일제 강제징용 사죄 표지석이 ‘위령비’로 바뀐 것을 직원이 발견했다.

바뀐 위령비 표지석은 기존 표지석 위에 3장의 기다란 대리석을 포개 덧댄 것으로 보인다. 위령비에는 한글로 ‘위령비, 일본국, 후쿠오카현ㆍ요시다 유우토’라고 간단히 쓰여 있었다. 석재 전문가들은 교체된 표지석이 국내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망향의 동산 측에 자신을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인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 일본인은 “나는 1985년 사죄비를 세운 일본인 요시다 유우토의 아들 요시다 에이지”라고 소개하며 “나의 아버지는 군인도 아니었고, 강제징용 대장도 아니었다. 책임도 없고, 사죄할 필요가 없어 위령비가 마땅해 고쳤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아버지 이름은 요시다 세이지가 아니라 요시다 유우토다’라는 주장도 했다. 요시다 세이지는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 징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요시다 에이지는 또 표지석 교체는 자신이 직접 한 게 아니라 다른 일본인에게 의뢰했다고도 했다.

충남 천안의 국립 망향의 동산 내 일제 강제징용 사죄비 원본 모습. 망향의 동산 제공
충남 천안의 국립 망향의 동산 내 일제 강제징용 사죄비 원본 모습. 망향의 동산 제공

이 편지에 따라 망향의 동산과 경찰은 사죄비를 세웠던 요시다 세이지의 아들이 다른 일본인을 시켜 표지석을 몰래 교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표지석이 있는 무연고 유골 묘역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정확한 범행 시점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더욱이 범행을 지시한 요시다 에이지는 물론, 의뢰를 받아 표지석을 바꿨다는 일본인도 현재 일본에 있어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망향의 동산 관계자는 “표지석이 교체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편지를 받아본 뒤 표지석을 자세히 살펴보니 실제로 교체돼 있었다”며 “정확한 경위를 경찰과 함께 확인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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