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 인격모독 등 네거티브 위험수위
대선 후 두 사람 협치여부 국정성패 좌우
냉정 찾아 갈등ㆍ대립 흑역사 반복 말아야
불편하고 불안하다.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옮기는 것도 거북하다. 5ㆍ9 대선 판세가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면서 양측이 밤낮없이 치고받는 싸움 말이다. 한때 박근혜에 맞서 한배를 탔던, 또 새 정치를 앞세워 한솥밥을 먹던, 그리고 촛불ㆍ탄핵 정국을 밀고 온 두 바퀴였던 그 사람들이 맞는지 헷갈린다. 한쪽은 적폐라는 칼로, 다른 쪽은 무능이라는 창으로 사생결단하듯 상대를 마구 찌른다.
오래 기다렸고 조금만 더 가면 권력을 잡을 것 같으니 조바심이 날 것이다. 딸린 식구들의 기대와 열정에 부응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클 것이다. 품격과 정도를 지키면서도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권력 게임에서 '영광스러운 패배'는 루저의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도 처음엔 '문모닝' '안모닝' 정도로 겸연쩍게 시작했다. 특별한 변고가 없는 한 20여일 뒤면 뿌리를 나눈 여야 국정 파트너로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할 처지임을 아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수위가 급상승했다. '스페어 타이어'라는 모욕적 언사가 나오자 '폐 타이어'로 맞받아치고, '유능한 자수성가' 프레임으로 '무능한 상속자'를 몰아붙였다. 렌터카 아바타 등의 인격 모독적 발언을 공공연히 내뱉더니 '도로 노무현' '남자 박근혜' 등등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급기야 후보 본인 입으로 자신은 '정권교체ㆍ적폐청산의 대표선수'로, 상대는 '정권연장ㆍ적폐연대의 대리인'으로 적대의 선을 쳤다. 졸지에 적폐로 몰린 후보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선전포고'라고 받아쳤다. 지지자들도 아들ㆍ딸 등 가족까지 마구 털며 끝장을 볼 태세니, 어떻게 지금껏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 왔는지' 궁금할 정도다.
이쯤 되면 두 사람은, 또 두 캠프는 관전자들도 좀 생각해주면 좋겠다. 정권과 시대, 정치와 세상을 바꾸겠다는 약속을 믿고 두 사람을 소중한 '정치 자산'으로 키워 왔는데, 이렇게 서로 죽기살기로 깊은 상처를 내고 소금까지 뿌리는 광경을 지켜보는 황망하고 섬찟한 심정 말이다. 따지고 보면 자신들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도 아니지 않는가. 촛불의 채권자가 아니라 채무자로서, 권리보다 책임이 더 크다는 뜻이다. 네거티브의 오물을 뒤집어쓴 채로 정의ㆍ미래ㆍ통합을 파는 그들의 이율배반이 무서운 이유다.
하루 뒤면 후보 등록이, 사흘 뒤면 선거운동이 시작되니 마음이 급할 법도 하다. "후보 등록 시점의 여론조사 지지율 1위 후보가 예외 없이 승리했다"며 "지금은 앞뒤 재지 말고 화력을 총동원할 때"라는 주변의 속삭임이 귀를 간지럽힌다. "필요하면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하고, 동지나 친구도 버려야 하는 게 지도자의 숙명"이라고 부추기며 좌클릭 우클릭 등의 이념적 방향 전환은 물론 비열한 네거티브의 달콤함을 뿌리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무성할 것이다.
그제 한국일보가 주최한 '2017한국포럼-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공식 대선후보로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내내 시선을 피한 채 어색한 인사만 나눴다. 3D 발언 시비와 조폭 사진 논란 때 서로를 감싸는 리더의 여유와 재치를 보여주지 못한 두 사람의 거리는 홍준표와의 거리보다 훨씬 멀어 보였다. 처지가 달라지면 생각도 바뀐다고 하지만, 곧 대통령과 국회 지도자로 안보ㆍ민생 해법에 머리를 맞대야 할 사람들이라고 믿기 어렵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지금 여기서' 두 진영 모두 한 걸음만 쉬어 가길 간절히 권한다. 촌음이 아깝다고 느끼는 그 순간 멈춰서 지나온 궤적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게 지혜이고 용기다. 피를 나눈 혈육이 돌아서면 더 무섭다고, 검증을 빌미로 마구잡이 공격을 일삼는 경쟁자에 대한 노여움이 클 것이다. 하지만 금도와 절제 없이 마구 달려가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꿈과 국민의 여망을 부정하는 배신이다. 20여일이면 판세가 몇 번은 뒤바뀔 긴 시간이다. 동료가 가져간 승리를 함께 자랑스러워 하지 못할지언정, 입 안의 도끼로 제 몸을 찍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갈등과 대립의 흑역사를 되풀이해서 되겠는가.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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