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간 성폭력사건 잇따라
명문 포항공대가 올들어 성(性) 관련 추문에 휩싸이고 있다. 학생 수가 일반 종합대의 20% 수준에 불과한데다 전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포항공대에서 올초 신입생 성추행에 이어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돼 조사를 받던 학생이 목숨을 끊는 등 2차례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도 당황하고 있다.
11일 오전 7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 한 원룸 화장실에서 포항공대 대학원생 A(2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원룸에 살던 친구 2명은 “화장실 문이 잠겨 있어 경찰에 신고, 문을 강제로 열어보니 A가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대학에 성폭행 가해자로 신고돼 자체 진상조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타살 정황 등이 발견되지 않아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룸메이트에게 ‘성폭행범으로 몰려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며 ”학교 측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2월26일에는 포항공대 한 학과의 신입생 환영행사가 열린 포항 한 펜션에서 학생 B씨가 잠을 자던 여학생 1명을 성추행하고 다른 여학생 1명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 직후 포항공대는 피해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에 사과문을 냈다. 당시 학교측은 “앞으로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더욱 효과적인 성희롱ㆍ성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자 학교 측은 비상이다. 더구나 학생 수가 4,000여 명에 불과, 2만5,000명이 넘는 일반 종합대학에 비해 20% 수준에 불과한 소수 정예 대학에다 세계적 브레인들이 몰린 포항공대에서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나자 지역사회까지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김민정 연구원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자살한 것으로 봐서는 학교 측이 조사 과정에서 피신고인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학 내 성폭력은 학교 규모와 상관없이 예방 대책에 달려 있으므로, 학교측의 평소 성폭력 예방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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