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ㆍ설비 투자 개선이 요인
美 보호무역주의ㆍ北위협 등에
경기 추세적 반등으로 보긴 일러
기준금리는 1.25%로 동결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올렸다. 한은이 기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3년 만이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과 정보기술(IT) 대기업 투자가 전망치 수정의 가장 큰 요인인데, 우리 경제가 진짜 살아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늘 내리기만 하더니… 3년 만의 상향조정
한은은 13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전망’에서 지난 1월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5%)를 2.6%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도 2.8%에서 2.9%로 높여 잡았다.
한은의 성장 전망 상향은 이례적 일이다. 세계적인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그 동안 한은은 전망치를 수정 때마다 하향조정하곤 했다. 한은이 마지막으로 전망치를 상향한 건 2014년 4월이었다. 당시엔 국민계정 체계 개편이 이유였다. 이번처럼 경기 회복세를 근거로 성장 전망을 높인 건 2013년 7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한은은 이밖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1.8%에서 1.9%로 높였고, 취업자수 증가(26만→28만명)와 경상흑자 규모(810억→750억달러)도 각각 수정했다.
3달 만에 확 달라진 시각… 상향 근거는?
이런 한은의 전망은 정부ㆍ국제통화기금(IMF)과는 같고, 한국경제연구원(2.5%) 한국개발연구원(2.4%) 현대경제연구원(2.3%) LG경제연구원(2.2%) 등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전망 상향의 가장 큰 요인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및 설비투자 개선”을 들었다. 지난해 감소(전년대비 -2.3%)했던 설비투자가 올해는 삼성전자 등 IT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6.3%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4%로 예상했던 올해 수출 증가율도 이번 전망에서 3.3%로 높였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1.25%)에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5%로 당초보다 0.1%포인트 높아진 점도 올해 성장률을 소폭 ‘레벨 업’시킨 요인”이라며 “올 1분기 성장률은 작년 4분기보다 상당 폭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밖에도 지난 1월 전망 당시 “증가세가 둔화할 것”(민간소비) “증가폭이 크게 축소될 전망”(건설투자)이라 했던 분야들도 이번 전망에선 각각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 “견실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시각을 바꿨다.
경기 살아날까
비록 한은이 성장 전망을 소폭 높이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는 저성장 추세다. 올해 성장률 2.6%가 달성돼도 최근 2년간 성장률(2.8%)에도 못 미친다.
향후 경기가 바닥을 찍고 본격적으로 살아날 지에 대해서는 한은조차 신중해하는 분위기다. 한은은 향후 성장률을 높일 요인으로 ▦세계경기 및 IT업황 개선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 완화 ▦새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 등을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요인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사드 갈등 악화 ▦북한 관련 위험 고조 등을 언급했다. 특히 사드 갈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으로 올해 성장률이 0.2%포인트나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삼성전자 등 일부 IT 대기업의 호실적으로 성장률은 높아져도 체감경기엔 변화가 없는 ‘외화내빈’ 경기가 될 가능성도 적잖다.
이 총재도 이날 “당분간 수출 전망은 좋지만 장기적으론 위험요인이 많다”며 “최근 같은 고용확장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