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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꽃길

입력
2017.04.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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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안 하려 포기해 버린 젊고 아름다운 당신의 계절, 여길 봐 예쁘게 피었으니까 바닥에 떨어지더라도 꽃길만 걷게 해 줄게요.” 꽃시절에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이 꽃처럼 예쁘다. 이렇게 노래한 가수에게 누군가 이런 글을 남겼다. “앞으로는 꽃길만 걸으시기를....” 이들에게 ‘꽃길’은 ‘꽃이 피어 있거나 꽃으로 장식된 길’이면서 ‘순탄하고 행복한 삶’이자 ‘승승장구하는 화려한 스타의 삶’이다.

‘꽃길’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말로 ‘꽃보직’이 있다. “관직 생활 30년 동안 꽃보직으로 돌면서 꽃길만 걸어온 사람”은 별 어려움 없이 편안하고 화려한 관직 생활을 했을 것이다. ‘꽃보직’은 편안하되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만큼 화려하고 중요한 보직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꽃보직’은 편안하고 좋다는 뜻만을 지닌 ‘꿀보직’과는 다르다. 이처럼 우리말에서 ‘꽃’은 ‘화려함, 아름다움, 중요함’을 상기시킨다.

봄을 알리는 ‘꽃’은 신선함을 나타내는 데 쓰이기도 한다. ‘한창 젊은 여자의 나이’를 ‘꽃띠’라 하고, ‘젊고 활기 찬 시기’를 ‘꽃시절’이라 한다. 그런가 하면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을 ‘꽃잠’이라고도 한다. 젊고 신선함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이 말에 담겨 있다.

‘꽃’은 대상의 화려함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꽃단장’은 얼굴, 머리, 옷차림 등을 꾸미는 단장(丹粧)의 정도가 화려함을 뜻한다. ‘꽃분홍’과 ‘꽃자주’는 꽃 색깔과 관련 있는 ‘분홍’과 ‘자주’에 ‘꽃’을 붙여 색채의 짙고 화사함을 강조한 말이다. 그 자체로 화려하면서 가까이 있는 것마저 돋보이게 하는 꽃. 그런 꽃의 매력을 이 말들에서도 발견한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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