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는 최태웅 감독/천안=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천안=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누군가의 성공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동반된다. 스스로 표현처럼 최태웅(42) 현대캐피탈 감독이 배구에 '미칠' 수 있는 건 아내의 한없는 내조 덕분이다.
최 감독의 뇌 구조는 '배구와 가족' 두 단어로만 구성돼 있다. 배구 외에 가장 소중한 걸 꼽아달라고 묻자 "가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특별한 취미조차 사치인 그에게서 배구를 빼면 남는 것은 가족뿐인 삶이었다.
최 감독에게 '너는 내 운명'이 찾아든 건 지난 2002년이다. 배구장을 찾았던 팬인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이다. 최 감독은 "배구 팬이라기보다는 스포츠팬으로서 배구를 보러 온 관중이었다"고 아내를 소개하며 "처음엔 얼굴만 알고 지내다가 우연찮게 연락이 돼서 만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2003년 결혼해 든든한 아들 둘이 생겼다. 숙소에서 밤늦게까지 배구 고민에 빠져 있을 때쯤 아들들이 전화를 걸어와서는 "사랑해요"라고 한다. 그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힘을 얻는 여느 40대 초반의 가장과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도 "정말 빵점짜리 아빠다. 가장으로서 솔직히 한 게 없다"며 "딴 데서 노는 게 아니라 밤에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2010년 인생 최대의 시련기가 닥쳤을 때 역시 아내가 큰 버팀목이 됐다. 현대캐피탈로 이적하던 시점인 그 해 메디컬 테스트 결과 림프암 진단을 받았다. 오전에 항암치료를 받은 뒤 오후에 훈련을 했다. 경기에도 출전했다. 그렇게 1년여의 땀방울 속에 암은 치유됐다. 최 감독은 "아내가 오히려 더 덤덤했다"며 "다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면서 힘을 불어넣다"고 했다. 그런 긍정의 에너지가 최 감독에게 전달돼 암을 극복할 수 있었다.
결혼 10년 차를 훌쩍 넘겼지만 둘이 함께 보낸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여서 아내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마저 다 감수하고 남편 입장에서 남편만을 위하는 아내다.
최 감독은 "옛날부터 그랬는데 감독이 되고는 집에 거의 못 들어가고 있다"면서 "가족들과 있으면서도 머릿속엔 배구 생각뿐"이라면서 "지도자가 되고 나서 집과 가정에 더 소홀하게 되는데 그것마저도 이해해주고 짜증내고 할 때도 다 받아주는 집사람이 너무 고맙다. 와이프는 내 말에 토를 안 단다. 그냥 믿고 따라준다. 이제 집에 가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이때만큼은 내가 다 받아줘야 된다"고 감사했다.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못 했던 것들 한 번에 다 털어낼 수 있게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며 "집사람에게 너무 고맙고 다시 태어나도 이 사람이랑 결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여자를 만날 수가 없다"고 진심을 담았다.
천안=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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